동사 수업 - 21개의 동사로 풀어가는 영미 유럽 명작
이병수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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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아마 다들 한 번쯤 떠올렸을 질문일 거예요. 각자 개인이 풀어내야 할 과제이면서 동시대인들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 인문학 수업, 그 내용을 담은 책이 나왔어요. 책으로 만나는 고전수업, 고전강의네요.

《동사 수업》은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이병수 교수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경희대학교 필수 교과목 중에서 '인간의 가치 탐색'을 중심으로 문학, 철학, 언어를 아우르는 강의와 연구를 진행해 왔고, 주로 고전과 유럽 문명 강의로 이름을 알렸는데, 수원선경도서관 등에서 50편이 넘는 고전명작에 대한 강의를 수년간 인기리에 진행했다고 하네요. 대학교 강의를 넘어 대중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수백 명 수강생들의 열의와 그분들이 보낸 메일과 편지에서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은, "고전 문학작품을 읽고 배우는 일은 오늘 내 삶의 이정표를 세우고, 바른길을 찾아가는 귀중한 시간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더 많은 젊은이와 공유하고 싶다." (6p) 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젊은이, 이 단어는 물리적 나이로 구분짓는 대상이 아니라 정신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네요. 배움의 열정을 지닌 사람은 누구나 젊다는 것, 이건 저만의 해석이네요. 그러니 '동사 수업'은 인생의 진리를 배우는 길, 모든 이들을 위한 수업인 거예요.

이 책에는 스물한 편의 고전 명작과 동사가 중심이 되어, 그 동사로 지은 문장이 주는 울림을 공유하는 장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딱딱한 교양 수업보다는 고전명작의 문장 속 의미를 나누는 대화집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감, 상상, 행동, 표현, 열정이라는 다섯 개의 주제로 나누어 해당되는 작품과 동사의 조합으로 동사가 의미하는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먼저 공감이라는 주제에 대한 첫 번째 동사는 '사랑하다'이며, 우리가 만날 고전 명작은 플라톤이 쓴 『향연(Symposion)』 이에요.

"소크라테스, 이것들은 당신도 입문할 수 있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올바른 길을 촉구하는 사람에게 사랑의 신비에 입문하기 위한 사전 준비 단계인데, 당신이 그 최종 단계에 이르게 될지는 모르겠군요.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 설명할 것이고, 당신도 최선을 다해 따라오세요.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르게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젊을 때부터 아름다운 몸에 주목하되, 그가 스승의 인도를 받을 경우, 먼저 한 사람의 몸을 사랑하고, 그 몸 안에 아름다운 생각의 논지를 담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그는 한 몸의 아름다움은 다른 몸의 아름다움과 대동소이하다는 것, 한 몸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경우, 모든 몸의 아름다움이 동등하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우매한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18p)

이미 『향연』을 읽고 사랑이라는 화두를 깊이 사유한 이들도 있겠지만 저자의 해설을 읽으면서 현재 처한 상황과 고민에 관한 하나의 대답을 찾게 됐네요. 저자는 "세상 사람의 모든 고통은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아리스토파네스의 입을 빌려 말한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몸보다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더 높이 평가해야 하며, 젊은이들을 더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담론을 낳고 추구해야 한다. 그리하여 세상에서 나 혼자만 아름답거나 추할 수는 없다. 사랑은 너와 내가 동일체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진리이다." (20-21p)라고 설명해주는데, 이 문장이 크게 와닿았어요. 악인들은 사랑을 모른 채 부와 권력에 중독되어 주변인들을 불행에 빠뜨리는, 본인들은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여기니, 분노와 절망으로 쪼였던 심장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었네요. 악인들을 향한 복수는 증오, 미움을 내려놓고 사랑으로 몸과 마음을 빛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사랑으로 되찾아 온전하고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고전명작은 우리들에게 올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네요. 누군가에겐 최고의 인생 수업으로 꼽는 강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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