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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동안 어떻게 감상하면 좋은지, 그 방법에 대해서 관심을 뒀지, 감상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놀랍게도 이 부분을 연구해온 분야가 있었네요. 바로 예술심리학, 예술을 심리학적 입장에서 과학적인 방법으로 탐구하는 학문이에요.
《감상의 심리학》은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님의 책이에요.
우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저자는 먼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풍요로운 일들로 시간을 채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저자는 해결책의 하나로, 그림 감상을 제안하고 있어요. 인공지능으로 그림을 창작하고, 소설을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나'를 대신해서 그림을 감상해줄 수는 없기 때문에 그림 감상이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도구이자, 몰입 상태가 되어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경험이라는 거예요. 막연하게 '좋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심리학 실험을 통해 밝혀낸 그림 감상의 긍정적인 측면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깊이 들어가면 예술심리학 수업이 될 텐데 이 책에서는 '그림 감상'에 초점을 맞춰 미술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그림 감상의 모든 것을 흥미롭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수업보다는 즐거운 대화처럼 느껴지네요. 철학에 의한 인간 탐구에 반발하여 심리학이 탄생했듯이, 철학적 미학에 대립하여 등장한 것이 예술심리학이라고 하네요. 예술심리학이 과학으로서의 특징을 나타낸 것은 '아래로부터의 미학'을 주장한 구스타프 페히너의 <실험미학> (1871)에서 시작하는데, 이 당시에는 철학과 미학에서 사변적으로 논의되던 입장을 '위로부터의 미학'이라고 했대요. 미학에 관한 이론이나 법칙을 먼저 정하고 이를 개별 작품에 적용하거나 평가는 '위로부터의 미학'을 뒤집어서, 페히너는 '아래로부터의 미학', 즉 눈앞에 보이는 대상과 예술적 반응 간의 관계를 밝혀낸 거예요. 전통적인 미학은 작품, 작가, 역사에 주로 초점을 두고, 감상자의 마음을 소외시켰다면 페히너 이후의 예술심리학에서는 감상자의 마음을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으로 본 거죠.
이 책은 그림 감상을 돕는 목적으로 쓰여졌다고 했는데, 제게는 심리학의 매력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네요. 그림 감상에서 감정의 활성화는 개인차가 크고, 예술적 감정이 고유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감정들과 다를 바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그림을 마주할 때 직접적인 감정이 활발하게 작동하여 좋은 영향을 준다는 점은 확실하네요. 그러니 앞으로는 미술관이나 전시관을 둘러볼 때 마음을 끄는 그림을 기억해 두었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그 그림만을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것 같아요. 스스로 자신의 감각을 잘 깨우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좋은 그림 앞으로 이끌어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