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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퀼라의 그림자 ㅣ 요다 픽션 Yoda Fiction 7
듀나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SF소설은 우리에게 미래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아퀼라의 그림자》는 듀나 작가님의 SF소설이자 연작소설이에요.
듀나 작가님이 그려낸 미래는 밝고 멋진 세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꽤 설득력이 있네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인데 왠지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낯설지가 않았거든요.
"김영천을 처음 만났던 건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대구 도시 철도 5호선 지하 구간 공사 중 묻혀 있던 프로스페로 생태계가 발견된 지 376일째, 이후 발생한 적사병으로 제주도와 몇몇 섬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영토가 전 세계로부터 격리된 지 362일째, 살아남은 보균자들 중 첫 번째 알파가 발견된 지 353일째 되던 날이었다. 남한 인구의 3분의 1이 진홍색 반점으로 물든 채 피를 토하며 죽었고, 고삐 풀린 알파들이 대통령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과 언론인을 닥치는 대로 살해하는 바람에 민주주의는 붕괴된 지 오래였다." (23p)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적사병'이라는 설정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소설은 적사병으로 남한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사망하고 남은 생존자들 중 초능력을 쓰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이전에 연예 기획사였던 K- 포스가 초능력이 생긴 아이들을 모아 사설 군대를 만들어 프로스페로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하지만 그건 극히 일부만을 보여준 것일뿐이고 숨겨진 비밀이 있어요. 정치와 음모가 개입되면서 진실은 덮였고, 가짜 이야기가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이야기로 변한 거예요. 팬픽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 악으로부터 세계를 지켜내는 슈퍼히어로 초능력자들의 활약을 꿈꾸는 모두의 환상이 아닐까 싶네요.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제되고 2년이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또 다시 국가위기 상황에 처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의 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이야기가 쓰여지고 있으니, 과연 어떤 결말을 읽게 될 것인지... 누군가의 수첩에 적힌 내용대로 이뤄졌다면 지금쯤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겠지만 숨은 영웅들 덕분에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다고,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것은 슈퍼히어로 초능력자들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었음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걸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소설보다 더 심장 쫄깃한 세상을 살다보니 SF 세상은 한결 가볍게 느껴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