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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 -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
애덤 바일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파리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어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 100년이 넘는 역사가 증명하듯이 문학과 예술, 그리고 자유의 공간인 것 같아요. 바로 그곳에서 문학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애덤 바일스는 매주 팟캐스트를 진행하는데,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진행되었던 작가와의 대화 중 최고의 인터뷰를 엄선한 대담집을 펴냈다고 하니, 어찌 아니 읽을 수 있겠어요.
《소설을 쓸 때 내가 생각하는 것들》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인터뷰집이에요.
밝은 초록색의 표지 위에 하얀 분필마냥 하얀 선으로 그려진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이 멋진 것 같아요. 책 표지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쓰윽 만지는 순간부터 책과의 만남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는데, 초록색의 까끌까끌한 천 느낌이 무척 좋았어요.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의 모든 독립 서점 운영자에게'라고 적혀 있어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누구에게든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을 회전초라는 텀블위드라고 부르고, 텀블위드가 되려면 몇 시간의 노동, 매일 책을 읽겠다는 약속, 그리고 한 페이지의 자서전을 쓰기만 하면 된다고 해요. 이것만 지키면 무명 작가든 유명 작가든 다른 조건은 상관없이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머무는 다른 텀블위드들과 책과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고 하네요. 작가와 독자 모두 똑같은 손님인 동시에 그 공간에 머무는 동안은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핵심인 것 같아요.
처음 소개 글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 대표 실비아 휘트먼이 들려주는 짤막한 서점의 역사와 책이 출간된 배경이 나오네요.
"나는 이 책에 포함된 각 인터뷰를 모두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 이 인터뷰들은 우리 서점에서 나눈 가장 통찰력 있는 대화들을 골라 놓은 것으로, 그 대화를 이끈 사람은 지난 7년간 이 행사를 기획하고 발전시켜 온 애덤 바일스였다.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성들과 그토록 친밀하고 심오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그 자신이 작가로서, 책을 쓰는 과정과 그 고뇌에 대해 깊은 존경과 세심한 이해를 보여주는 점 또한 한 이유일 것이다. <해프닝>은 뭐니 뭐니 해도 그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일회성 덕택에 더 특별한 게 사실이지만 (<진짜 너도 거기 왔어야 했는데!>) 지금까지 서점에서 개최된 다른 행사와는 달리, 이렇게 인터뷰 내용을 기록해 그 마법의 일부를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 나는 서점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공원처럼 누구나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는 공유 공간을 지켜 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믿어 의심치 않는다." (16-18p)
실제로 이 책 속에는 유명 작가들의 집필 뒷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작가, 관심가는 작가, 낯선 작가 등등 여러 작가들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어요. 그때 그 자리에는 없었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애덤 바일스와 스무 명의 작가들을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네요. 마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공간에 함께 있는 듯, 작가들의 세계 속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요. 퍼시벌 에버렛, 올리비아 랭, 말런 제임스, 조지 손더스,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 콜슨 화이트헤드, 하리 쿤즈루, 레일라 슬리마니, 레니 에도로지, 제스민 워드, 제니 장, 아니 에르노, 레이철 커스크, 미나 칸다사미, 매들린 밀러, 미리언 테이브스, 케이티 키티무라, 클레어 루이즈 베넷, 제프 다이어. 동시대 작가들, 여기에 우리나라 작가들도 같이 할 수 있었다면... 서점에서 열리는 문학 행사, 우리나라도 요즘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더 많이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문학, 예술이 숨쉬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우리 일상에 스며들기를, 그러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독립 서점들을 열심히 다녀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