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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역사 -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
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도지영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한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그 역사를 아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역사를 파고들면 흥미롭게도 그 근원인 뿌리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OO의 역사'라는 책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관심 분야는 물론이고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기에 최적의 길인 것 같아요.
《경제학의 역사》는 소소의책 역사 교양서 시리즈이자 경제학자 니알 키시타이니의 책이에요.
우리가 왜 경제학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답해주네요.
"영국의 경제학자 앨프레드 마셜이 말했던 것처럼 경제학자에게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 그렇다, 경제학자는 과학자처럼 세상을 설명하지만 주변의 고통받는 사람을 위한 연민의 정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변화를 향해 나서야 한다. ... 경제학자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외에도 갖추어야 하는 게 있을 것이다.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 자신의 관심사만 생각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습관적인 방식 너머로 문제를 바라보는 능력이다. 경제학의 역사를 공부하면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15-17p)
첫 장에는 연대표로 보는 경제학의 역사가 나와 있어요. 기원전 500부터 2000년 이후까지 인류 역사의 대표적인 사건들과 시대별로 나란히 경제사상가들을 소개한 연대표를 통해 큰 흐름을 파악하고, 그다음은 첫 번째 경제사상가인 그리스의 철학자들부터 차근차근 어떻게 경제사상이 발전해왔는지, 경제사상과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어요. 여기에선 '경제학'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경제사상이라고 표현했지만 인류 최초의 사상가들은 분야를 구분하지 않았어요. 모든 사상가의 시조는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이며,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남긴 글을 통해서만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소크라테스가 날개를 펴고 큰 소리를 울며 날아가는 백조의 꿈을 꾼 뒤 플라톤을 만났다고 해요. 플라톤은 훗날 소크라테스의 가장 유명한 제자이자 인류의 스승이 되었고, 플라톤의 사상은 수 세기 동안 높이 날아올라 널리 퍼졌으니 꿈이 현실로 이뤄졌네요. 그러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돈을 좋아하는 마음을 아무리 비난해도 그리스 사람들은 점점 돈을 중시했고,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그리스는 철학자들이 그린 이상적인 국가, 경제와는 점점 멀어졌어요. 위대한 사상가들도 인간의 욕망을 막을 순 없었던 거죠. 돈과 이익이 경제활동을 한층 더 지배하면서 전통사상은 점점 약해지고, 물질의 발전은 가속화되어 현대에 이르게 되는데, 이러한 시대 변화 속에 등장하는 경제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무척 흥미롭네요. 과거의 이론을 비판하며 등장하는 새로운 경제학파는 늘 급격한 사회 변화와 맞물려 왔는데, 바로 그러한 유연함이 경제학의 본질인 것 같아요. "이해하고 비판하고 변화하다"라는 책의 부제가 어떤 의미인가, 머나먼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의 경제학까지 훑어보고 나니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동안 경제가 작동하는 방식과 경제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평가하는 방법으로서 경제학을 생각했다면 지금은 한 발 더 나아가 경제 이론을 이용해 현실 세계에서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고 있어요. 경제학의 역사를 통해 깨닫게 된 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것, 통섭의 발견이었네요. 최초의 경제학자는 경제학자이면서 철학자이자 정치사상가였고,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현실 세계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학적인 접근이 필요해졌어요. 우리 역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처럼 삶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는 노력을 해야만 해요. 그 출발점에 경제학이 있다는 것, 인류에게 꼭 필요한 학문이자 온갖 문제를 해결하는 강력한 도구로서 적극 활용하면 될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