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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문장들 - 어떤 말은 시간 속에서 영원이 된다
브루노 프라이젠되르퍼 지음, 이은미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 좋은 문장들에 푹 빠져 지내고 있어요.
단순히 좋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문장들을 만났네요.
《세상을 바꾼 문장들》은 수많은 철학자들의 언어, 그 정수를 담아낸 책이에요.
저자는 '시간은 금'이라는 명언대로, 인류 역사에서 철학적, 사상적 그리고 정치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격언들을 엄선하여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어요.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느냐는 이 이야기를 한 사람과 들은 사람이 각각 누구인가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어떤 때는 '옮겨 말하기' 게임과 같다. ... 철학사도 이와 매우 비슷하다. 예를 들어 디오티마에게 받은 가르침에 관해 소크라테스가 아리스토데모스에게 이야기해준 걸 아리스토데모스가 아폴로도로스에게 이야기해줬고, 이에 관해 아폴로도로스가 플라톤에게 이야기해준 내용을 플라톤이 『심포지엄』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8p) 자, 이렇듯 복잡하게 전달하면 본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으니 단순하고도 직접적인 문장이 필요한 거예요.
이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하지만 다른 이들보다는 내가 조금 더 안다." (13p)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프리드리히 니체가 "'신은 죽었다'를 최초로 말한 것이 아니다." (281p)라는 문장으로 진짜 의미를 발굴하는 시간을 제공하네요. 문장 너머에 숨겨진 철학적 사유, 그건 단순한 문장에서 출발하여 그 문장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여기에서 소개하는 문장은 바위에 새겨진 불변의 글귀가 아니라는 거예요. 문장이라고 표현했지만 문장으로 표현된 사상과 지혜의 산물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칸트, 마르크스, 다윈처럼 데카르트는 자기 생각을 어떤 ~주의로 확장하거나 확고하게 정립시켰던 철학자이지만 우리는 데카르트의 좌표대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을 멈추지 말아야 해요. 철학자들의 문장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새롭게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인간적인 것, 너무나 인간적인 것』에서 니체는 『선악의 저편』에서 해댔던 악담보다는 좀 더 합리적으로 칸트의 도덕은 모든 사람에게 바라는 행동을 각 개인에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참 순진한 생각이다. 인류 전체가 행복해질 행동방식들을, 즉 어떤 행동들이 바람직한지를 모든 사람이 두말할 것도 없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이 이론은 자유 무역 이론처럼 보편적 조화가 기본적인 개선 법칙에 따라 저절로 주어져야만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3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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