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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 - 건망증부터 데자뷔, 가위 눌림까지 뇌과학으로 벗겨 낸 일상의 미스터리
사울 마르티네스 오르타 지음, 강민지 옮김 / 풀빛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사춘기 무렵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골몰하면서 여기 저기에서 답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나'에서 '뇌'에 관한 궁금증이 커졌네요. 뇌과학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지 알려주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서 관련 책들을 읽게 되네요.
《오늘도 뇌 마음대로 하는 중》은 임상 신경심리학을 전공한 의학박사 사울 마르티네스 오르타의 책이에요. 저자는 신경심리학자로서 인간의 뇌가 원치 않는 공격을 받을 때, 즉 뇌 손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고 현재도 헌팅턴병과 행동 장애를 연구 중이라고 해요. 정상적인 뇌와 손상된 뇌의 기능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기 위해서 최고의 교과서는 환자인데, 뇌 기능과 뇌인지 표현 과정에서 뇌 기능의 역할과 인간 행동을 모두 파악하기엔 우리의 이해력이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요. 이 말은 지극히 정상적인 뇌를 가진 사람도 일상에서 신경심리학적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예요. 일상적인 상황에서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 제 기능을 못할 때가 있는데 이것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자 인간의 특징이라는 거예요. 물론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각하다면 진료가 필요하겠지만 여기 소개된 현상들은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하는 것들이니 저자의 전문적인 소견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를 테면 건망증이나 헛것이 보일 때, 가위 눌림, 폭력성, 기묘한 경험들에 관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어요. 그동안 많은 연구 덕분에 질병으로 인한 신경 메커니즘이 밝혀졌고, 신경퇴행질환에 걸리면 신경병리적 과정 때문에 각 네트워크가 신속하게 작동하는 데 심각한 오류가 생겨서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고 하네요. 신경학적 관점에서 뇌에 이상이 없는 사람과 파킨스병 환자가 착시를 경험하는 이유는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일상 속 신경심리학적 현상을 살펴보면 인간의 경험은 본질적으로 우리 뇌가 연약하기에 생겨난 결과물임을 알 수 있어요. 인간의 모든 경험은 뇌 체계에서 생성된 아주 복잡하고 섬세한 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병리적인 증상이 유발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현상 전체를 설명해주는 열쇠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 빈틈을 유사 과학이나 여러 미신들이 난무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인간다움을 만드는 뇌의 비밀은 과학자들을 풀어야 할 과제라면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에 관한 편견과 오해는 우리 스스로 바꿔가야 할 문제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