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파헤친 한반도 천년 주술 전쟁
김두규 지음 / 해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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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뭐가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영화 <파묘>에 나오는 화림의 대사예요. 그 '험한 것'이 그저 공포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지, 우리의 현실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요.

내란정국과 무속문화,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어요. 도대체 그 뿌리는 무엇이며, 어떻게 줄기를 뻗어왔을까요. 이 질문에 대해 풍수학자의 답변을 적은 책이 나왔네요.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는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의 책이에요. 저자는 이 땅에 악마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존재를 해석하고자 오랜 시간을 연구해왔고, 그 내용을 이 책에서 풀어냈다고 하네요. 처음엔 '풍수학자 김두규 교수가 파헤친 한반도 천년 주술 전쟁'이라는 부제가 너무 파격적이지 않나 싶었는데, 고려 시대부터 21세기 현재까지 우리 역사 속 주술의 흐름을 살펴보니 납득되는 부분이 많았네요. 우리 역사에는 주술에 걸리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그 뿌리가 깊은데, 그들은 왜 주술에 걸렸을까요. 저자는 우선 이부영의 『한국의 샤머니즘과 분석심리학』 에서, "모든 한국인의 성격 밑바닥에는 샤머니즘이 있다. 그것은 인간의 원초적 행동양식, 융이 말하는 집단적 무의식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22p) 라는 내용을 인용하면서 자아의식이 발달하지 못한 사람이 의식의 한계에 도달하여 매달릴 곳을 찾다가 주술에 걸린다고 해석하고 있어요. 자아의식 결여가 주된 원인이며 주체적 사유를 못하는 이들이 운명론, 샤머니즘에 빠지고 궁극에는 주술에 빠지게 된다는 거죠.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직후 청와대를 개방할 때, 청와대에 악귀가 있다고 믿고 이를 쫓기 위해 74인의 국민대표가 복숭아나무 가지를 들고 입장하게 시킨 사람들은 누구일까? 이들은 청와대 터를 치료 불가능한 악귀에 홀린 중환자로 본 것이 틀림없다. 심지어는 국민을 방패막이로 삼았다. 74명의 국민이 청와대 지령을 패대기친 일인 것이다. 왜 74인이었을까? 1948년부터 이곳이 대통령 집무실로 쓰이기 시작했으니 2022년이면 74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이는 74살 먹은 '늙은 악귀'가 이곳에 머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74명의 퇴마사가 필요했고, 국민을 퇴마사로 활용하였다. 과연 '청와대 귀신'이 도지구타법으로 쫓겨났을까?" (34p)

암암리에 행해지던 주술이 공식적인 행사에 등장하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망령이 되살아났네요. 한반도 풍수의 비조로 알려진 도선의 비보술은 운을 바꿀 수 있다는 관념을 만들어냈다고 하네요. 고려 비보술은 일종의 국가 통치 행위이자 정치 행위였는데, 21세기에 대선 후보자는 손바닥에 '왕王' 자를 쓰고 대통령 당선이 되더니 진짜 왕정 정치를 한다는 망상에 빠져 제 무덤을 파고야 말았네요. 저자는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것이 풍수술이 아닌 비보술로 정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풍수 논리로는 해명되지 않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지금의 용산 대통령실 터는 과거 공동묘지였고, 남산 지맥이 이곳을 거쳐 와서 터로 이어지는 중간지맥이며, 이러한 터는 용이 지나는 곳 (과룡過龍)이라 하여 풍수술사들은 "처음에 성공할지 몰라도 나중에는 반드시 실패하는 땅" (326p) 이라고 진단하기 때문이에요. 일부 무속인과 주술에 빠진 이들의 주장대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여 뭇개에게 수모를 당하는 이빨ㆍ발톱 빠진 호랑이 형국이 되었는데, 저자는 이것을 독일 철학자 헤겔이 말하는 '불행한 의식'이 낳은 불행이며, 천박한 풍수론이라고 설명하면서,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349p) 라는 결론을 내려주네요. 풍수학자의 관점에서 풍수술과 비보술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과 함께 주술에 관한 역사적 교훈을 똑똑히 알려줬네요. 우리 사회를 농락한 주술의 실체를 밝히고, 냉철한 이성으로 현실의 위기를 타계해야 할 시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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