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귀
문화류씨 지음 / 북오션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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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릴 적 읽었던 전래동화는 꽤 파격적인 내용이 많았던 것 같아요.

무시무시한 호랑이, 사람을 홀리는 여우, 정신 사나운 도깨비, 소름돋는 귀신까지 등장하는 존재들도 놀랍지만 전개되는 이야기가 상상도 못한 것들이라서 흥미로우면서도 은근 무서웠어요.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알아갈수록 안심되는 구석이 있더라고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 너무 뻔한 교훈 같지만 바로 그 점이 공포감을 싹 사라지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아이의 입장에선 굉장한 안전장치였네요. 암튼 오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전래동화의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만났네요.

《창귀》는 괴상하고 요망한 이야기를 쓰는 문화류씨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그동안 인터넷 웹사이트에서 꾸준히 무서운 이야기를 쓰며 소설가가 됐다는 저자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게 됐네요. 작가 이름은 문화류씨, 어라? 류씨라는 한국의 성씨를 그대로 사용했네요. 류씨 성을 아는 사람에겐 단순한 작명이지만 그 성씨를 모르는 이들에겐 특이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어쩐지 한국의 토속적인 공포 괴담을 들려주기에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이 소설의 주된 이야기가 류씨 집안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이라서 절묘했네요.

'창귀'라는 단어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노래를 통해 알게 됐는데, 한국의 전설 속 귀신으로 호랑이에게 물려죽은 사람의 혼을 뜻한대요.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혀 노예가 된 귀신을 부르는 말이며, 자신을 죽인 범에게 충성하여 사람들을 자신처럼 창귀로 만든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물귀신 같은 특징을 지녔는데 창귀가 물귀신을 부르는 이름이기도 하다니 소름돋는 지점이네요. 본인 목숨을 잃은 것이 억울했다면 그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인데, 타인에게 분풀이하듯 해꼬지를 했으니 참으로 졸렬하고 사악하기 그지 없네요. 류씨 집안의 저주를 보면서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창귀들이 겹쳐져 보였네요. 권선징악과 인과응보는 고리타분한 교훈이 아니라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교훈이 아닌가 싶네요. 옳고 선한 자의 승리, 분명 선한 끝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값진 이야기였네요.


"곡동을 지켜주는 수호신께서 크게 노하셨습니다.

마을에 있는 죄지은 이 하나 때문에 많은 사람이 위험해질 거예요.

재앙을 막아 야 하지만 저의 힘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서, 선녀님,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길래 그래요?

그리고 어떤 죄를 지었기에 많은 사람이 위험하냐는 말이에요."

선녀는 한동안 침묵했다가 그녀를 가여운 눈으로 봤다.

"류씨 일가 사람입니다. 그 집안 때문에 산신께서 크게 노하셨어요."

"요봉사 아래에 사는 류덕현 선생 집안을 말씀하시는 거세요?"

선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아낙은 믿을 수 없었다.

"저도 믿기지 않아요.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르는 법입니다.

죄지은 사람 하나 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는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군요." (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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