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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
찰스 디킨스 외 지음, 이주현 옮김 / B612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요즘은 유독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카메라에 익숙한 연예인들이 아니다 보니, 본인도 잘 모르는 자신의 모습까지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서 현실적인 공감과 지탄을 동시에 받음으로써 인기를 끄는 게 아닌가 싶어요.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 자신은 누구인가'에 대해 골몰하고, MBTI 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는 일이 일상적인 모습이 된 것 같아요. 근데 의외로 '나'를 발견하는 매우 쉬운 방법이 있어요. 책 읽기, 물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신중하게 선택하는 단계가 필요하지만 어찌됐던 좋은 책은 그 안에서 '나'를 들여다보게 만들기 때문에 '진짜 나'를 찾아가는 데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꼭 소설이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소설을 통해 배우게 되더라고요. 그게 바로 이야기의 힘인 것 같아요. 영상보다는 활자로 접하는 이야기가 우리에게 더 많은 주도권을 주는 것 같아요. 마음대로 상상하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은 찰스 디킨스 외에 다섯 명의 작가들이 집필한 작품 모음집이에요. 우선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고, 찰스 디킨스의 이름을 보고 읽어봐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네요. 그동안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등 대표작을 읽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이 많아서 궁금했거든요. 사실 찰스 디킨스 외의 작가들은 잘 몰라서 작품 역시 생소했는데, 처음 만나는 작품들이 모두 그 제목에 걸맞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책 제목에 왜 '처방전'이라는 단어가 있나 싶었는데, 여덟 편의 작품 제목이 "지금 당장 복용할 것", "잠들기 전에는 복용하지 말 것", "저녁 식사 시 복용할 것",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복용할 것", "물속에서 복용할 것", "소금 한 알과 함께 복용할 것", "복용을 시도해 볼 것", "평생 복용할 것"으로 어찌됐든 독자들이라면 복용하지 않으면,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요.
"닥터 메리골드의 마지막 처방전이다. 평생 복용하도록 해." (268p) 이라는 문장이 이토록 감동일 줄이야, 역시 우리에겐 진정한 이야기꾼인 닥터 메리골드의 처방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네요. 아직 복용 전인 사람들을 위한 주의 사항은 한 가지예요. 중독 주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