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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친 가든 앤 라이프
박현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월
평점 :
꽃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에 푹 빠진 적이 있어요.
실제 정원을 가꾼 것이 아니라 타샤 튜더의 동화 같은 정원에 반했던 건데, 그 정원보다 놀라웠던 건 타샤 튜더의 라이프스타일이었어요. 고령의 나이에도 손수 정원을 가꾸고, 부지런히 일하면서 자급자족하는 느리고 소박한 삶의 방식이 행복의 비결처럼 느껴져서 깊은 감동을 받았더랬죠. 그래서 노년에는 타샤 튜더의 삶을 닮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됐는데, 이미 그 꿈을 현실에서 살고 있는 이들이 있었네요.
《키친 가든 & 라이프》는 전원생활 28년차 박현신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푸드 콘텐츠 디렉터이자 허벌리스트로서 아름다운 키친 가든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업해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기획, 진행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3월부터 2월까지, 사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키친 가든과 라이프스타일을 담고 있어요. 우선 이들 부부의 멋진 전원주택을 사진으로 보면 외부는 미국 시골 농장 같은 분위기인데,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이에요. 부부가 함께 보내는 공동 공간 외에 저자의 독립적인 작업실이 따로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전원생활이라고 하면 은퇴한 부부들의 일상을 떠올리게 되는데,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즐거운 일상이자 업무라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부부가 먼저 시골로 이사 온 뒤에 저자의 권유로 일흔이 되신 부모님도 시골에 집을 짓고 농사일을 시작하셨는데 행복하게 잘 지내신다고 하네요. 딸보다 늦게 시골로 온 엄마는 딸 넷을 키우느라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시골로 오면서 아픈 곳도 없어지고 2025년 여든여섯 나이에도 삽질 정도는 거뜬하다고 하니, 전원생활 덕분에 건강과 행복을 모두 잡았네요.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 뒤에는 부지런함이 필수인 것 같아요. 직접 채소와 허브를 가꾸는 일이나 신선한 식재료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과정 속에 바삐 움직이는 몸과 열정이 느껴져요. 뿌리고 거두고, 뿌리고 거두고, 누군가는 이러한 반복을 힘든 노동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저자는 매해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반복이라 지루할 틈이 없어 좋다고 하네요. 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명언처럼 전원주택에 살면 관리 측면에서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미리 잘 대비한다면 크게 스트레스 받을 일은 없다고 하네요. 뭐든 마음 먹기 나름인 것 같아요. 자연주의 라이프스타일의 핵심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요. 계절을 품은 키친 가든의 모습과 채소·허브로 만드는 요리 레시피를 보면서 그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저자의 말처럼 전원에 주택만 있고 전원생활이 없으면 시골생활은 귀찮고 힘들고 불편하고 지루해질 수밖에 없어요. 여유롭기만 한 전원생활을 상상했다면 금세 실망하겠지만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기쁨의 빈도가 늘어나고,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하면서 새록새록 전원생활이 즐거워진다는 것. 일과 여유, 얼마든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전원생활이기에 주도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라이프스타일이네요. 겨울 작업실에서, "미신일지 몰라도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눈을 맞추고 사람의 온기를 불어넣어 주려고 합니다. 사람의 온기가 없다면 제 아무리 멋진 공간이나 음식, 식물이라도 냉기가 느껴지는 것 같거든요. 전문가의 손길로 잘 다듬어진 멋진 정원보다 작은 화분이라도 반질반질 사랑이 듬뿍 담긴 것이 느껴지는 그런 공간을 훨씬 좋아합니다. 추워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게, 오늘도 온기를 듬뿍 불어넣고 해를 붙잡아 봅니다." ( 244p) 라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사람의 온기가 주는 따스함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네요. 전원생활의 행복이 뭔지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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