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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괴물
김정용 지음 / 델피노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장난감 괴물》은 김정용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살해 현장에 피로 적혀 있던 '모두의 날'이라는 단서로 시작되고 있어요. 그날은 2023년 9월 17일 저녁 7시 23분, 왜 하필 그 모든 일이 바로 그 순간에 벌어졌을까요.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개별적인 사건, 사고의 시간이 일치하는 건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인생이 바로 그 한순간에 뒤집혔다면 그걸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모든 게 완벽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라면, 음모가 현실로 드러난다면... 처음부터 심상치 않은 장면들이 긴장감을 주더니, 살인자가 남긴 '모두의 날'이라는 단서를 쫓게 만드네요. 살면서 수많은 우연을 지나쳐 왔지만 우연과 운명을 헷갈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지 세상만사 인과응보, 원인과 결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을 맺게 되고, 그 수많은 관계들이 우연과 운명을 만드는 것 같아요.
형사 민성후는 빌어먹을 그 우연의 일치로 순식간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었고, 자신에게 닥친 비극이 소름돋는 우연의 일치라는 사실에 경악했고, 미친놈처럼 그 '우연'과의 싸움을 하게 되는데... 여기엔 비운의 사고로 홀어머니를 잃은 천재 소년 서이준과 유일한 후견인 이명도 박사가 있어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오답을 드디어 찾아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또한 그 오답이 틀림없는 정답이라는 확신도 섰다." (27p) 수수께끼 같던 그 말을 이해하려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해요. 새까맣고 똘망똘망했던 소년의 눈동자는 왜 순식간에 잿더미 같은 기묘한 회색빛으로 변했을까요. 사람이 길을 가다 넘어지는 건 큰 바위가 아니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돌이나 나뭇가지이듯이, 작은 틈이 큰 둑을 무너뜨리는 법이에요. 그 징조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저 우연인 거죠. 그러니 기막힌 우연 뒤에 무엇이 있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어요. 아참, 제목의 의미도 대강 짐작할 순 있겠지만 이야기의 전말을 알고 난다면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 꽤 깊은 여운을 남길 거예요.
"사건이 진흙탕에 빠진 것 같은 상태가 됐을 때 내가 그걸 극복하는 방법이 뭔 줄 알아?
중요한 물증, 심증, 목격자 증언, 정황증거 이딴 걸 전부 지우는 거야! 머릿속을 백지로 만드는 거지.
그리고 거기다 뭘 채우냐? 전혀 관계없는 것들. 지극히 사소한 것들! 그런 것만 집어서 다시 다시 하나하나 모자이크를 만드는 거야. 각각의 파편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그게 모였을 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거든. 물론 대부분의 경우 그냥 쓸모없는 파편으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만에 한 번은 엄청난 열쇠가 되기도 하거든······." (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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