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
오가와 사토시 지음, 최현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5년 1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네가 손에 쥐어야 했던 황금에 대해서》는 오가와 사토시 작가님의 연작 단편소설집이에요.

처음 만나는 작가님이지만 일본에서는 떠오르는 천재 SF 작가라고 하네요. 음, 예전에 일본 SF소설을 읽으면서 기발한 상상력에 엄청 놀랐던 적이 있어서 이번 작품도 은근 기대했는데 장르만 다를 뿐이지 꽤 타격감이 있네요. SF 장르가 주는 자극보다 현실감이 더 센 이야기랄까요.

이 책에는 여섯 편의 단편이 나뉘어져 있지만 주인공 '오가와'를 통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지고 있어요. 이 소설이 허구의 이야기인지 진짜 작가 자신의 경험담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동명의 주인공이 취준생에서 소설가로 진로를 바꾸는 과정이 꽤 실감이 나서 절로 몰입이 되더라고요. 문득 취준생 시절의 면접이 떠오르면서 얼마나 낭패감을 느꼈는지, 그때의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다행히 결과는 좋았지만 면접 후유증은 오래 남더라고요. 누군가를 고의적으로 속여서 이득을 취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지만 일상의 소소한 거짓말들은 알고도 넘어가거나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아요. 주인공 '나'는 입사지원서를 쓰는 데 실패하여 소설가가 되었고, 편집자는 소설을 쓰는 데 실패하여 회사에 입사했으니 세상을 알쏭달쏭 수수께끼 같아요. 어찌됐든 '나'라는 사람의 쓸모는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나'라 존재는 실상과 허구 사이 어디쯤에 위치한다고 봐야겠네요. 점술가를 만나 '그 순간'을 접한 소설가의 깨달음이 인상적이에요. "'그 순간'을 접한 나는 결국 단편소설을 전부 새로 썼다. 완성된 소설은 여전히 거짓뿐이었고 새로 쓰기 전보다 더 재미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거짓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거짓을 진실하게 마주한다니, 점쟁이의 일과 다르지 않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내가 가장 혐오하는 사람들의 일이 실상은 같은 종류의 기만, 같은 종류의 진실성을 필요로 하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편집자에게 완성된 원고를 보냈다." (150-151p) 그래서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소설가인 주인공이 오가와 사토시 자신일 거라고 여기면서 허구를 보다 실제처럼 느끼면서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묘하게 공감가는 이야기, 글을 쓰고 있는 주인공 '나'를 바라보면서 또 다른 미래를 상상해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