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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는 케이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주인공 '나'는 사라진 엄마를 찾고 있어요. 술주정뱅이에 도박 중독자인 아빠는 맨날 악담만 퍼붓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그제서야 '나'는 엄마를 찾아 나서게 된 거예요. 첫 번째 단서는 아빠 차 내비게이션에 찍힌 주소, 근데 그곳은 아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도시 한복판이었고, 눈앞에는 '더 라이브러리'라는 간판의 서점이 보였어요. 과연 '더 라이브러리'에서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처음엔 서점이 결정적인 장소인 줄 알았는데 진짜 연결고리는 '책'이었네요. 좋아하는 건 다 망가지고 사라지는 경험만 했던 '나'에게 유일하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책.
세상 모든 아이에게 주어져야 할 돌봄과 사랑이 왜 현실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걸까요. 고약하게 시작부터 꼬여버린 인생, 어찌보면 웃을 일 없는 회색 빛깔의 일상을 주인공 '나'는 씩씩하게 잘 살아내고 있어요. 혼자였던 '나'에게 고양이 친구가 생기고, 편의점 알바 '발톱'과는 시시콜콜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면서 외톨이 '히키'의 안부까지 걱정하다니, 놀라운 변화예요. 가정이라는 안락한 울타리에 속해본 적 없던 어린 '나'는 깃대에 묶인 깃발을 보다가 떠날 결심을 하는데, 이 장면이 참으로 멋지다고 느꼈어요. 운명을 탓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하겠노라, 과감하게 모험을 선택한 용기에 박수를 보냈네요. 응원하고 싶은 주인공이라서 좋았어요. 어딘가에 꽁꽁 숨어버린 희망을, 주인공 '나'는 기어코 찾아내어 꿈꾸게 만드네요. 결국 나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시시한 인생은 없는 거라고, 이래서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떠들어 대는 입은 모두 조용! 여기 묵묵하게 자신만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주인공이 있으니 주목! 어설픈 조언 말고 진짜 멋진 '나'의 이야기 덕분에 용기를 얻었네요.
"책에선 누구에게나 힘들 때면 습관적으로 되돌아가 추억하는 기억이 몇 개 있다고 했다.
기억이 도달하는 지점에 꽂힌 깃발들을 모조리 뽑아 던졌다. 그래도 가끔은 인간이었던 아빠의 모습을 버려야 떠날 수 있을 테니까. 그리워할 대상을 모두 태우고 황량한 인간으로 살아갈 테니까.
마침 급식실에서 작은 사건이 있어 상담실에 혼자 남겨져 선생님을 기다릴 때였다. 창문 너머로 본 풍경 속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건 깃대에 묶인 깃발이었다. 오직 바람만이 모양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스스로 펼치지 못하고 축 늘어져 있었다. 조용히 눈을 감고 가정환경, 유전적 요소 같은 깃대에 묶인 나를 봤다. 바람에만 의지하는 신세. 날고 싶었다. (···) 떠날 거야. 인생에서 가장 차분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아빠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게 싫다. 심지어 나마저. 다행히 노름꾼인 아빠의 눈초리를 피해 틈틈이 모아둔 약간의 돈, 그래봐야 세 달 정도의 숙소비가 수중에 있었다. 다 태우고 떠나야 하는데 베개가 타지 않았다. 덮고 의지할 게 사라진 내게 남은 건 머리를 기댈 엄마뿐이라서 그런 걸까?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일단 엄마를 찾으려면 여기만 아니면 됐다. 떠날 이유로 이보다 강한 동기와 이유는 없었다. 되돌아가더라도 스쳐가는 황폐한 여행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찾아서 물어야 한다. 난 엄마의 과거니까. 놀라운 미래였어야 할 내가 숨겨야 할 과거로 변질된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니까." (30-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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