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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첫 장을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감히 상상해 본 적 없는 상황인데도 가슴은 이미 어떤 감정인지 느껴져서...
"엄마, 안녕.
나는 엄마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방 안을 차근차근 둘러 본다.
그렇게 하면 엄마의 영혼을 찾을 수 있다는 듯이." (13p)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남유하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그냥 에세이라고 하기엔 담고 있는 이야기를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자는 엄마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기 위해 스위스 동행을 했고, 엄마가 다큐멘터리 출연에 동의하면서 그 모든 여정이 카메라에 담겼다고 하네요. 그러니 단순히 엄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그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죽음과 존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언젠가 죽음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희망과 행복을 전하는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작가님이 병마에 시달리다가 남편과 함께 동반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무척 충격을 받았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의 유서 첫머리에 적혀 있었다는 "저희는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의 의미를 생각해봤어요. 자살은 결코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병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을 겪어본 당사자가 아니기에 이들이 느꼈던 행복이 무엇이고, 고통이 무엇인지는 다 헤아릴 수가 없네요. 또한 십여 년 전에 봤던 기사, 건강한 70대 여성은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 출신인데 늙는 것이 울적하고 슬프다는 이유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내용을 보면서 다시금 삶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네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전적으로 개인의 마음에 달린 문제인 것 같아요. 어떤 삶과 죽음이 좋은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인간으로서 지켜내야 할 존엄은 무엇인지를 깊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어디까지나 '나'의 마지막을 고민하는 문제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남겨진 가족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됐어요. 사랑하기에 고통받는 엄마의 선택을 막을 수 없었던 딸과 사랑하기에 떠나려는 엄마를 붙잡았던 아들, 그 누구의 마음도 틀린 게 아니에요. 아빠는 아내의 선택을 존중했지만 주위 사람들에겐 차마 그 죽음을 말할 수 없었고, 딸은 아빠의 비밀을 지켜주고 있어요. 하지만 JTBC 다큐멘터리 <취리히 다이어리>가 올해 2월 공개되면 모두가 알게 되겠지요. 조금 걱정이 되네요. 남은 가족들이 겪고 있을 상실감, 슬픔... 여기에 괜히 세상 사람들의 불필요한 시선이 더해지는 게 아닐까라는, 그러나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주제인 존엄한 삶의 권리를 사회적 논의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아직 소극적 안락사, 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존엄하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으니 갈 길이 머네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하고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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