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민정 지음 / 리브르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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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똑똑히 봤어요.

바다 위 여객선 선체가 기울어진 모습을 뉴스 화면으로 봤고,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 때문에 별일 아닌 줄 알았어요. 뒤이어 가라앉는 배를 보면서도 설마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외부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을 통해 그 장면을 보던 순간을, 아마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깊게 패여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된 참사, 10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언니》는 세월호 참사로 언니를 잃은 주인공 윤윤이 언니의 흔적을 따라가는 이야기예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 차라리 소설이길 바라게 되는 참사를 다루고 있어서 선뜻 읽기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우리 모두가 충분히 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아픔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었던 상황들, 오히려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 되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이제라도 그 마음을 들여다봐야 할 때라고 느꼈어요.

저자는 서두에서 "이 책은 오로지 비극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픈 마음에서 쓰인 것으로, 특정 정파나 개인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밝혀 둔다. ...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과 죄책감을 떠안게 된 우리 모두에게 바친다." (4p) 라고 이야기했는데, 영어로 출간된 소설을 접하는 해외 독자들은 '특정 정파'라는 언급을 이상하게 여길 거예요.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참사가 벌어졌고, 원인 규명은커녕 진실을 감춘 채 정쟁에 이용했던 그들 때문에 우리 사회는 병들었고, 제대로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재발했던 거예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슬퍼하고 아파하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분명 곁에서 같이 아파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음에도 일부 언론들이 비정상을 여론으로 둔갑시키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어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국가 시스템 때문에 참사가 발생했고,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어요. 남겨진 이들의 슬픔과 아픔, 트라우마와 무력감은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연대하며 극복해야 할 사안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치유를 위한 하나의 디딤돌이라고 생각해요. 아프지만 기억해야만 그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니까요. "잘 가, 언니." (218p)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어쩌면 그 말을 못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애도를 할 수 있는 세상으로 만들어야 해요. 진실을 찾고, 책임을 져야 바뀔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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