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귀족 시대 -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
임승휘 지음 / 타인의사유 / 2024년 12월
평점 :
《귀족 시대》는 유럽의 귀족에 관한 역사적 지식을 다룬 책이에요.
우선 '로맨스 판타지에는 없는 유럽의 실제 역사'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했어요.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서양 귀족들의 세계가 얼마나 역사 고증이 된 내용일까요. 서양의 귀족 세계를 이해하려면 서양사를 빼놓을 수 없는데, 이 책은 몇 가지 키워드와 흥미로운 이야기를 통해 귀족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내고 있네요.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을 쓰기로 한 첫 번째 이유였어요. 귀족의 사전적 정의는 고대 및 중세 봉건사회에서 정치적, 사회적 특권을 가진 지배층이며 근대에 이르러 자유, 평등 사상의 대두로 말미암아 대부분 몰락했다고 설명되어 있지만 우리 사회에는 왜 가문, 세습, 신분, 특권이라는 키워드로 표현되는 귀족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지,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는 차원에서 귀족의 실제 역사를 소개하고 있어요. 궁극적인 목적은 서양사에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서양사 속 귀족 세계를 엿보는 재미가 있어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표현은 언제 등장했을까? 이 표현은 19세기 초 프랑스 정치가이자 작가인 레비스 공작이 『도덕과 정치에 관한 격언과 성찰』이라는 책에서 처음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도덕적 의무를 일깨우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했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은 귀족에게 관대함을 요구했다. 새해 선물로, 또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자선 행위로 매년 일정 금액을 지출해야 했고, 자신의 외면을 가꾸는 일에 게으를 수 없었다. ... 귀족보다 수명이 긴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제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의식과 기부 정신,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희생정신과 같은 근사한 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한 듯 보인다." (50-53p)
저자는 영국의 인기 드라마 <다운튼 애비>를 통해 영국 귀족 사회의 장자상속제도를 언급하고 있는데 장남만이 작위와 저택, 토지를 상속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문 유지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설명해주네요. 특권층이 누리는 권위와 힘은 누군가에게 차별과 폭력이 될 수 있어요. 귀족만으로 구성된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귀족의 특권을 누린다면 이는 특권이 아니라 권리니까요. 유일하게 한 명에게 집중된 특권은 국왕뿐이고, 그 국왕이 인정한 지배계급이 귀족인 거예요. 귀족은 고상한 생활방식으로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존재라서 호화스러운 잔치, 값비싼 장신구, 화려하다 못해 기괴한 헤어스타일 등 시각적으로 각인될 수 있는 차별화 수단을 시도했던 거죠. 이 모든 활동의 핵심은 드러냄과 인정받기라는 점, 그 맥락에서 현대판 귀족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어요.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우월감을 느끼는 건 자유지만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특권의식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어요.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 왕정 시대의 발언을 21세기에 내뱉는다는 건 농담이 아니라면 망상 장애 환자라는 증거일 거예요. 대한민국 헌법 제 10조에 적혀 있듯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지녔어요.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침해하는 일체의 활동을 한 자는 위헌 처벌을 받아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