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타고 어휘 여행

지하철 타고 어휘 여행
책장속 편집부 지음 / 책장속북스 / 2024년 11월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듯이, 지하철 역명도 각양각색의 이름을 갖고 있어요.

그동안 수없이 오가던 역들인데 역 이름에 담긴 의미를 알고 나니 새로운 길, 특별한 여행의 초대를 받은 느낌이에요.

《지하철 타고 어휘 여행》은 서울 지하철 1호선부터 9호선까지의 아홉 개 노선에서 277개 역명의 유래를 담은 책이에요.

이 책은 지하철 역명을 노선 순서대로, 역명의 어휘를 한자로 풀어내고 관련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요. 책의 구성이 지하철 노선 이미지를 가져와서 친근한 데다가 어휘 사전처럼 정리되어 있어서 찾아보기가 수월하고 흥미롭네요. 1호선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도 되고, 각자 자주 이용하는 노선부터 찾아봐도 돼요. 제목처럼 역 이름을 따라 그 지역뿐 아니라 숨겨진 유래나 이야기를 알게 되니 색다른 어휘 여행인 된 것 같아요.

첫 번째 주인공은 1호선 의정부인데, 수도권 거주자가 아니더라도 이 역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역명이 아니더라도 역사책에 등장하니 말이에요. 여기에 소개된 역명은 대부분 한자어로 된 경우가 많아서 우선적으로 한자 뜻 풀이가 나와 있어요.

[ 의논할 의 議 / 정사 정 政 / 마을 부府 ], "의정부는 조선시대 최고 행정 기관의 명칭으로, 조선시대에 의정부 청사는 육조거리 (지금의 광화문 광장~ 세종대로)에 있었다. 그런데 경기도 북부 지역을 '의정부'라고 부르게 된 것은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버지 태조 이성계와 관련이 있다."

■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왕자의 난'을 일으킨 이방원에 크게 분노한 태조는 함흥으로 떠나 버린다. 태종은 아버지를 다시 한양으로 모시기 위해 사신을 보내나, 크게 화가 났던 태조는 보낸 사신들을 모두 활로 쏘아 죽였다. 무학대사의 설득으로 태조 이성계는 한양으로 돌아갈 것을 결심하지만, 궁궐까지는 가지 않고 지금의 의정부 지역에 머물렀다. 태조가 한양으로 오기를 거부하니 당시 대신들이 이곳으로 와 태조에게 업무를 보고했는데, 그래서 이곳을 '의정부'라 부르게 되었다.

● 함흥차사 (咸興差使) : 태조를 모시러 함흥으로 갔던 사람 중에 살아서 돌아온 이가 없다고 해서 생긴 고사로 '심부름하러 가서 오지 않거나 늦게 온 사람'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8p)

오래 전부터 사용되던 지역명을 따온 경우도 있고, 새롭게 작명한 곳도 있어요. 역 이름마다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이름이 지어진 유래를 설명해주니 자연스레 역사 공부가 되네요. 4호선 남태령 [ 남녁 남 南 / 클 태太 / 고개 령嶺 ] 은 한양에서 경기도로 나가는 관문 곳곳에 고개가 있었는데 흔히 '여우 고개'라 불렸대요. 조선시대 정조는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자주 참배하여 이 곳을 지날 때 고개 이름을 물었는데 신하가 여우고개라 답하기가 상스러워 서울에서 남쪽으로 맨 처음 있는 큰 고개라 남태령이라 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대요. 남태령 다음 역인 '선바위'는 순우리말 역으로 양재천에 큰 바위가 서 있다고 해서 '선암'이라 불렸던 곳이래요. 8호선 수진 [ 목숨 수壽 / 나아갈 진進 ] 은 세종대왕의 일곱 번째 아들 평안대군이 어린 나이에 사망한 후 그 묘를 관리하기 위해 별궁인 수진궁을 이곳에 세웠다 하여 그 이름에서 유래한 역명이네요. 다들 한 번쯤, 아니 문득 역 이름을 궁금하게 여겼던 적이 있을 텐데, 그 사소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책 덕분에 흥미로운 지리와 역사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네요.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길, 때론 지루하고 대개는 피곤한 일상인데 지하철 어휘 여행으로 특별한 경험을 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