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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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러한 상상에서 출발한 SF 영화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터미네이터'인데, 거대한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말고 지극히 인간적인 상황 설정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소설이 나왔어요.

《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는 제나 새터스웨이트의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이에요.

주인공 줄리아 월든은 <더 프러포즈 : 싱글 남성 편>에 출연해 잘생긴 싱글남 조쉬 라살라를 만나 사랑에 빠졌어요. 요즘은 OTT나 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 연애 프로그램이 많아서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텐데, <더 프러포즈>는 싱글남 한 명을 상대로 여자 스물네 명이 경쟁하여 사랑을 쟁취하는 방식이에요. 여기에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줄리아 월든이 인조 인간, 신스라는 거예요. 그녀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만들어진 신스이고, 웨크테크 회사의 앤디가 만든 첫 번째 작품인데, 오직 한 사람만을 사랑하도록 설계되어 있어요. 마치 태어나자마자 인간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미션을 받은 인조 인간이라고 해야겠네요. 줄리아가 처음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장면이 왠지 트루먼 쇼 같아요. 카메라가 둘러싸여 있는 가운데 앉아 있는 줄리아에게 그녀를 만든 창조자인 앤디가 "당신이 누군지 알아요?"라고 묻자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는 곧 <더 프러포즈>에 출연해서 경쟁할 거예요." (6p)라고 답변해요. 방송 출연과 함께 SNS 공식 계정이 활성화되면서 대중들에게 주목받게 되는데 모든 관심이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인조 인간이라는 점, 아마 그걸 불쾌하다 못해 혐오하는 이들로부터 숱한 공격을 받고 있어요.

소설은 줄리아의 시점에서 그녀가 처한 상황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게 만들어요. 매우 뛰어난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인조 인간이라면 인간보다 더 탁월한 능력을 지녔을 것 같은데 초반에 보여준 모습은 너무 연약하고 착하다 못해 답답해서,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사회적 약자가 겪는 문제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어요. 사실 가장 믿기 어려운 점은 줄리아가 인조 인간 최초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신스라서 그토록 원하던 조쉬와 커플이 되어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다는 점이에요. 완벽한 가정을 이뤘고 진짜 인간 부부들처럼 싸운다는 것도 놀라워요. 그럴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인간적인 약점을 지녔기 때문이래요. 그러던 어느날 주말에 홀로 캠핑을 간 조쉬가 도통 연락을 받지 않아 실종신고를 하자, 집으로 찾아온 경찰들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인이 남편분을 죽였다고 생각해요." (44p) 라고 말하는 거예요. 로봇에 대한 혐오감을 숨기지 않는 인간들로부터 자신과 딸 애널리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남편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해요. 뭔가 찜찜한 상황들 때문에 스멀스멀 의심이 피어오르고,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헷갈리네요. 결말에 이르러서야, 아하! 정말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백미가 아닐까 싶네요.


"나는 신스다. 발톱도 없고 송곳니도 없고 물지도 않는다.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을 때 포식자를 피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애초에 궁지에 몰리지 않는 것이다." (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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