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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평점 :
영원불멸의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요.
인간이 아닌 존재들은 쉽게 상상할 수 있지만 인간이 죽지 않는다는 설정은 아예 상상하기가 어려워요. 어쩐지 '죽지 않는 인간'은 '인간'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현대 과학 기술은 늙지 않고, 죽지 않는 인간을 꿈꾸며 발전하고 있네요. '만약 ... 라면' 이라는 가정이 어색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네요.
《타인의 수명》은 루하서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소설은 미래의 어느 날, 수명측정기를 전 국민에게 배부하여 누구나 자신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쉽게 알 수 있고, 자신의 수명을 단 한 사람에게만 나눠줄 수 있는 시대를 그리고 있어요. 갑자기 거짓말처럼 수명측정기로 본인의 수명을 확인하고, 타인에게 수명을 나눠줄 수 있다면 좋을까요, 아니면 나쁠까요. 사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마음은 정해져 있었고, 다 읽고 나니 변함은 없어요. 하지만 수명 나눔의 시대가 온다면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로 만나니 흥미로웠어요. "사람의 마음이란 게 참 나약하고 간사하더라." (22p) 라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요. 단순히 오래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전부였다면 애초에 이 소설은 완성되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지, 그건 드러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어요. 사랑한다면 기꺼이 내 수명을 나눠줄 것 같지만, 수명을 준다고 해서 늘 아름다운 결과는 아니라는 것이 함정이네요. 문득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네요. 수명은 우리가 살아있는 시간의 '양'인데 그걸 안다고 해서 삶을 더 값지게 살고, 반대로 모른다고 해서 엉망이 되는 건 아닐 거예요. 삶을 대하는 태도는 각자에게 달린 문제인데, 여기에 수명 측정이라는 변수로 인해 사람들의 다양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요.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것이 만약 나였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예기치 않은 변수가 아니라 진심이 아닐까 싶어요. 보이지 않는 그 마음, 모든 것은 거기서부터 시작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