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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의 쓸모 - 슬기로운 언어생활자를 위한 한자 교양 사전
박수밀 지음 / 여름의서재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상에서 한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다 보니,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도 점점 잊어버리게 되네요.
언어도 도끼마냥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스는 것 같아요. 어휘력 향상을 위한 한자 공부가 필요하다고 여기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됐네요.
《한자의 쓸모》는 단순히 한자만 익히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를 통해 한자의 뿌리와 쓰임새를 알아보고 한자 속 우리 삶과 문화 이야기까지 들려주는 책이에요. 고전학자인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 한자 교육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한자가 쓸모있는 언어라는 점을 들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하네요.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우리 일상어 어휘 중 한자어가 들어간 비율이 대략 60퍼센트 이상이라서 한자를 잘 알면 어휘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고 비슷한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해요. 우리말의 의미와 맥락의 미묘한 차이는 한자 이해 정도에 따른다고 볼 수 있어요. 근래 젊은 세대의 문해력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한글 속 한자어와 한자를 연상하지 못하기 때문인데, 한자어를 몰라서 생긴 문제인 거예요.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를 보면 한자를 연상하는 기성 세대는 MZ 신조어를 알아가고, 한자어가 섞인 우리말을 특정 한자로 연상하지 못하는 한글세대는 한자어를 이해하고 배워가면 좋을 것 같아요.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수단인데 우리말에서 비중이 높은 한자어를 외면한다면 사용 가능한 어휘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한자가 어렵다는 편견을 내려놓고, 이 책을 읽는다면 한자어에 담긴 뜻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예요. 한문을 익히려고 애쓰기 보다는 한자로 된 개념어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훨씬 수월하게 어휘를 익힐 수 있어요. 한자를 알면 우리말의 뿌리를 알 수 있고, 그 뿌리가 튼튼하게 자리잡으면 어휘력을 키울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한자 교양 사전이네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일이 일어나게 된 배경이나 동기 등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럴 때 '일의 경위를 밝힌다'고 말한다. 경위經緯 는 본래 실의 날줄과 씨줄을 가리키는 말이다. 옛날에는 옷을 직접 집에서 만들었다. 옷감을 만들기 위해선 베틀에 실을 고정하는데 세로줄인 날줄을 고정한 다음 북으로 씨줄을 쳐서 짠다. 이때 세로줄인 날줄을 경經 이라 한다. 날줄은 고정된 줄이라서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진리를 담은 책을 경전經典 이라 하는 것이다. 또 가로줄인 씨줄을 위緯 라 했는데 씨줄은 이리저리 움직였다. 이 날줄과 씨줄이 서로 합쳐져 옷이 완성되었다. 날줄과 씨줄이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옷감이 완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일이 전개되어 가는 과정을 경위라 불게 된 것이다. 일을 성급하게 처리하지 말고, 경위를 잘 살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 (114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