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코스트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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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스파이의 평온한 삶이 깨졌다!

현직도 아니고, 은퇴한 스파이라니, 뭔가 약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완전 강력하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읽었네요.

《스파이 코스트》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메디컬 스릴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테스 게리첸의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이에요.

주인공 매기 버드는 60세 전직 CIA 요원으로 2년 전 메인주 퓨리티에 농장을 구입해 닭을 키우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근처에는 과거에 함께 활동했던 요원 출신 친구들이 서로 간의 비밀을 지켜주며 주기적으로 독서 모임이라는 명목하에 모이고 있어요. 어쩌다 보니 모임명이 '마티니 클럽'이 됐는데, 위험에 빠진 매기를 돕기 위해 탐정 클럽으로 변신하여 현역 못지 않은 능숙함을 보여주네요.

소설은 은퇴한 스파이 매기를 노린 누군가의 메시지와 메신저의 죽음으로 시작되고 있어요. 이미 16년 전에 은퇴했는데 왜 하필 지금 그녀의 목숨을 노리는 걸까요. 매기 본인도 가슴 깊이 묻어뒀던, 너무도 고통스러운 과거의 진실들이 조금씩 드러나네요. 읽는 내내 흥미로우면서도 슬펐어요. 국가를 위해 목숨을 걸고 음지에서 활약하는 스파이의 삶이 007 영화처럼 화려하고 멋지기 보단 치열하게 느껴졌네요. 세상에 아무도 믿지 않고,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 자만이 스파이가 된다면 그는 인간이 아닐 거예요. 늘 의심하고 긴장하며 살던 매기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면서 안타까운 비극은 시작됐네요. 사랑한 게 죄는 아닌데, 형벌과도 같은 대가를 치른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아요.

"··· 이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사실이 있죠. 전쟁과 난민 캠프는 언제나 존재할 겁니다."

"맞아요. 너무도 잔인한 진실이죠." (80p)

매기가 운명의 상대와 나눈 대화 내용이에요. 당신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여전히 나를 사랑할 수 있나요? 아마 사랑할 수 있다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진실이 밝혀지면 이전과 같은 마음일 수는 없을 거예요. 그게 현실이고 잔인한 진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사랑을 위대하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사랑보다 더 강력한 건 믿음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끝까지 흔들림 없이 믿을 수 있다면 사랑을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누구를 믿어야 하죠?"

"듣기 좋은 말이긴 하지만, 당신이 더 잘 알잖아요. 우리 모두 알고 있죠.

우린 서로를 믿으면 안 돼요. 우린 그럴 여유가 없죠. 우리의 일에선 아니에요.

나 자신도 믿지 못하는데요. ··· 그녀는 내가 내 자신에게 의문을 품게 만들었어요.

그게 그녀가 살았든 죽었든 신경쓰고 싶지 않은 이유예요. 잘못된 모든 일들은 그녀로부터 시작된 거였으니까요." (189-190p)

소설은 매기의 사랑이라는 과거 이야기와 더불어 우정이라는 현재 이야기를 잘 엮어내고 있어요. 마티니 클럽의 친구들, 겉보기엔 백발의 노인들이지만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능력자들이에요. 노련한 다섯 명의 스파이들이 각자의 비법으로 친구를 돕는 모습이 진짜 멋졌어요.

사실 작가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었는데,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난 뒤라 부쩍 관심이 생겼네요. 소설 속 주인공이 매력적이면 자연스럽게 그 감정이 작가를 향해 흘러가게 되더라고요. 의사 출신 작가 테스 게리첸은 1953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고, 미국을 대표하는 의학 스릴러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하네요. 2세대 중국계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캘리포니아 의대 박사학위를 따고 하와이로 건너가 내과의로 근무했으며, 1983년 아들을 낳고 산후 휴가 기간에 소설 컨테스트에 응모해 당선된 후 소설가와 의사라는 두 직업을 병행했는데, 이때 쓴 작품은 로맨스 소설이 다수였대요. 1990년 미국 동북부 메인주로 이사하면서 로빈 쿡이나 마이클 크라이튼처럼 의학 스릴러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데, 줄곧 그의 로맨스 소설을 출판해온 출판사 편집자가 "그 장르에서 성공하려면 당신 자신이 의사여야만 한다."라며 만류하자, 게리첸은 "내가 바로 의사다."라고 말했대요. 이렇게 해서 1996년부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제인 리졸리 시리즈'로 유명해졌대요. 시리즈 첫 작품인 <외과의사>가 발표된 건 2001년이고, 주인공은 보스턴 경찰청 강력반에 근무하는 30세 여형사 제인 리졸리, 그리고 콤비처럼 활약하는 여성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라고 하네요.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주인공을 탄생시킨 작가 테스 게르첸, 설마 스파이 활동을 했던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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