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 Shakespeare, Memory of Sentences (양장) - 한 권으로 보는 셰익스피어 심리학 Memory of Sentences Series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박예진 편역 / 센텐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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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sentence 273

Come what come may, 

time and the hour run through the roughest day.

올 것이 오든 말든, 시간은 흐르고, 가장 험난한 날도 지나가겠지.

(199p)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오래 전에 읽은 《맥베스》의 문장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왜 위대한가를 다시금 느끼는 시간이었네요. 당연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아직 고전 읽기를 망설이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엮어낸 박예진 님은 고전문학 번역가이자 북 큐레이터로서 고전작품 속 훌륭한 문장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심리를 꿰뚫는 인문학적 해설을 해주고 있어요.

《셰익스피어, 인간심리 속 문장의 기억》은 북 큐레이터 박예진과 함께하는 '문장의 기억 시리즈' 세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아름다운 문장들로 구성된 '문장의 기억 보관소'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고 감탄하면서 그 문장들을 모아 일기 대신 적어두었는데, 그 일기를 다시 읽다가 "가장 유명한 고전은 모두가 알고 있어 아무도 읽지 않는다." (13p)라는 말이 떠올라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의 문장을 알리고자 책을 펴냈다고 하네요. 고전은 읽어보지 않아도 작가가 누구인지, 내용이 어떠하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러니 읽지 않아도 읽은 것 같고, 굳이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고전의 위대함은 일단 읽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첫 페이지를 펼칠 수 있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문장의 기억"은 미식회처럼 하나의 문장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여기에 저자의 해설이 곁들여져서 인간 존재에 관한 탐구와 성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 수업 같기도 해요. 책에 수록된 문장들은 영어와 한국어 번역이 나와 있고, 각 파트 말미에 '내 문장 속 셰익스피어'라고 해서 셰익스피어의 명문장을 직접 필사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여 적을 수 있어서 좋네요. 똑같은 문장이라도 나만의 기억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니까요. 마법 같은 사랑과 운명, 로맨스 코미디, 정의와 자비, 복수, 질투, 배신, 권력의 대가까지 흥미로운 인간심리를 엿볼 수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맥베스》였네요. 걷잡을 수 없는 탐욕의 끝은 자멸임을 보여주고 있네요.

" 《맥베스》는 스코틀랜드 국왕 막 베하드의 일생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입니다. 욕망을 품은 인간이 서서히 타락하다 선을 넘어 파멸하는 작품들의 원조라고 평가받습니다. 동시에, 이 작품만의 차별점이 있습니다. 바로 다른 비극과 달리 인물이 스스로 비극을 만든다는 점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가문 사이의 원한이, 《햄릿》은 아버지를 위한 복수가, 《리어 왕》은 왕의 어리석음과 딸들의 욕심이 비극의 원인입니다. 《오셀로》 역시 이아고의 계략으로 비극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맥베스》는 비극의 근원이 다릅니다. 극 초반, 맥베스에게는 야심이 있지만 이를 실행할 사악함이 없다고 맥베스 부인이 말합니다. 맥베스는 요향을 바라고 욕심이 많지만 남을 해칠 수 있는 악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평범한 인간이 가질 법한 욕심을 가졌을 뿐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녀의 예언을 들은 후로 상황이 바뀝니다. 맥베스 부인은 남편에게 살인을 종용했고, 맥베스는 왕위에 오르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며 점점 편집증에 시달리죠. 이후 죄책감으로 인해 환각까지 경험합니다. 맥베스 부인 또한 그녀의 죄책감을 해소하기 위해 손을 씻는 행위를 반복합니다. 결국 그들은 순간의 욕심으로 스스로를 끔찍한 지옥 속으로 몰아넣은 것이죠." (2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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