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 - 기후변화는 어떻게 몸, 마음, 그리고 뇌를 지배하는가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 지음, 김재경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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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2021년 6월 말,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는 타이슨 몰록이라는 남성이 접이식 풀장을 소화전에 연결하는 중이었다. 워싱턴주 출신인 타이슨은 몇 주 전에 장미의 도시, 포틀랜드로 거처를 옮겨 고가도로 밑에서 살았다. 이곳은 무척 더웠다. 폭염으로 기온이 섭씨 47도까지 치솟자 타이슨은 고가도로 아래의 노숙자 모두가 열을 식힐 만한 공간을 자진해서 마련했다. (···) 타이슨은 7월 1일 새벽, 포틀랜드로 넘어온 친구 마크 코윈이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고, 재판에서 정당방위를 주장한 마크에 대해 배심원단은 무죄 평결을 내놓았다. (···) 다 제쳐놓고 보면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우리는 누가 타이슨을 죽였는지 알고 있다. 그건 바로 칼을 쥔 비운의 인물 마크였다. 그런데 과연 마크를 쥐고 있던 건 무엇이었을까?" (112-113p)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죽음, 사망에 관한 사례들이 등장하지만 범죄 사건이 주된 내용은 아니고, 사망 원인과 밀접한 '무엇'을 주제로 다루고 있어요. 그 '무엇'은 바로 '기후변화'예요. 뜬금없이 기후라니, 이상한 논리 같지만 왜 기후변화가 살인 사건에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차차 밝혀지네요.

《내 안에 기후 괴물이 산다》는 뇌과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 환경 저널리스트인 클레이튼 페이지 알던의 책이에요. 저자는 자신이 왜 기후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연구실을 떠나 환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하고 있어요. 2015년 옥스퍼드대학에서 신경회로및행동연구센터 소속이었던 저자는 공공정책학 석사 과정도 등록한 상태였는데 친구가 보여준 펜타곤 공개 보고서 자료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한 줄로 요약하자면 '기후변화가 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거예요. 앞서 언급했던 타이슨의 죽음도 기온이 섭씨 47도까지 치솟는 폭염이라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던 거예요. 마크는 타이슨에게 잃어버린 담배의 행방을 물었을 뿐인데,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금속 폴대를 들고 달려드는 바람에 도망쳤고,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칼로 맞서게 된 거예요. 마크에게 전혀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증거는 타이슨에게 상처를 입힌 뒤 곧바로 119에 연락했고, 본인 티셔츠로 지혈했다는 점이에요. 기온이나 강우 패턴의 변화가 대규모 전쟁은 물론 폭력 범죄 빈도의 증가와 연관되어 있음을 밝혀낸 연구 결과들을 미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보고서를 접하면서, 이러한 현상을 신경학적 관점에서 풀어내고자 관심 주제를 공공정책에서 기후정책으로 바꿨고, 환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게 되었대요. 이후 8년 동안 조사한 내용의 결과물이 이 책이라고 하네요. 저자는 자연환경의 변화가 어떻게 인간의 뇌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방식이 되었는지를 신경과학과 심리학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를 '기후 괴물'로 표현했듯이 우리 뇌에 미치는 악영향과 몸을 망가뜨리는 요인들을 알아가는 과정들이 정말 섬뜩하네요. 얼마나 기후문제가 심각한 사안인지를 거듭 확인하는 동시에 자연과의 밀접한 관계를 거듭 확인하는 계기였네요. 지구가 살아야 우리도 살 수 있어요. 공존을 위한 노력이 생존의 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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