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ㅣ 안전가옥 오리지널 4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간질간질 코끝을 자극하는 무언가로 인해 재채기가 나올 듯 말 듯한, 그 몇 초의 순간!!
왠지 그럴 때마다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그 작은 틈을 비집고 튀어나오는 거라고 말이죠. 겁이 없는 편은 아닌데 유난히 오싹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점점 판타지 장르에 빠지게 됐네요. 제목만 봐도 느낌이 팍! 꽂히는 책이 있어요.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는 배예람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저자와의 인연이라고 하면, 작년에 읽은 《소름이 돋는다》라는 책이 전부지만 겁쟁이 호러 마니아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듬뿍 줬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거든요. 관심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그것도 한국괴물을 소재로 했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아참, 주인공은 한국괴물이 아니라 그들을 관리하고 있는 협회 직원인 강보늬예요.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에서는 괴물을 다루는 '손'을 가진 괴물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보늬는 귀신을 보는 '눈'만 있고 다룰 수 없는 '손'이 없어서 파견도 못 나가고 사무실을 지키는 신세예요. 멋진 괴물 전문가가 되고 싶었던 보늬는 재능이 없어서 제대로 일을 하기는커녕 아무런 보탬도 되지 못해 괴로워하고 있어요. 너무 현실적인 K 직장인의 애환인지라 괴물들보다 자꾸 보늬에게 신경이 쓰이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만만치 않네요. 보늬는 왜 도깨비를 놓아주었을까요. 협회 기준에서는 보늬는 업무상 과실을 저질렀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에요. 남은 건 사직서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예기치 않은 기회가 찾아오네요. 과연 보늬의 앞날은 어떻게 될런지... 괴물들의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로운데, 거기에 인간적인 고뇌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요. 공포감은 쑥 줄었지만 재미만큼은 보장하는 소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