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 무삭제 완전판 문학사상 세계문학
안네 프랑크 지음, 홍경호 옮김 / 문학사상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네의 일기》를 쓴 유대인 소녀 안네 프랑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십대 시절에 책을 통해 안네를 알게 됐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네요.

그동안 정말 다양한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이번 책이 특별한 이유는 안네 프랑크 재단과 정식 계약한 국내 유일한 무삭제 완전판이라는 점이에요.

가족 중 유일한 생존자인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딸의 일기 내용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나 성적인 주제의 이야기는 삭제한 편집본을 출간했고, 이후 오토 프랑크가 설립한 안네 프랑크 재단에서 최초의 무삭제판이 나왔으며, 오토 프랑크와 그의 두 번째 아내가 죽은 후 공개하는 조건으로 맡겨둔 일기 일부가 추가되었다고 하네요. 제3자였다면 모를까, 아버지 입장에서는 너무도 솔직하게 쓴 딸의 일기가 무척 난감했을 것 같아요. 안네가 마지막 일기를 쓴 지 80년이 지났고, 이제 비로소 원문을 살린 완역본이 나온 것은 시대 흐름에 따른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전 책에서 나치 독일이 저지른 만행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 완전판은 비극적인 시대상뿐 아니라 은신처의 삶에서도 숨길 수 없는 사춘기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어서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열세 살 생일선물로 받은 일기장에 가상의 친구 키티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던 안네는 체포되기 직전, 열다섯 살까지 일기를 썼어요. 인생에서 가장 예민한 시기를 은신처에 갇혀 지내는 삶이 어떠할지, 감히 짐작도 하지 못했는데 근래에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어렴풋이 알게 됐네요. 아이들에게 거리두기, 격리, 은둔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고통인지, 특히 사춘기라면 온몸이 사슬로 꽁꽁 묶인 듯한 심정이 아닐까 싶어요.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 다시 안네의 일기를 읽다보니 아버지를 향한 애정에 비해 엄마와의 사이가 냉랭한 점이 무척 안타까웠어요. 엄마에게 매정하게 말한 뒤 속으로 후회하면서도 진실은 왜곡할 수 없다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에 남더라고요. 엄마가 함부로 한 비난과 웃기지도 않는 농담들 때문에 아팠고, 그 상처들이 쌓여서 엄마의 애정을 느낄 수 없게 된 거래요. 그날 밤에 엄마는 밤새 우느라 한잠을 못 잤고, 다음 날 아빠에게 비난 어린 눈길을 받았지만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왜냐하면 엄마도 자신의 심정을 알게 됐을 테니까요. 반면 아빠에겐 페터와 자주 만나고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냐고 묻고, 아빠는 당연히 괜찮다고 말해줄 정도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사춘기 문제는 부모하기 나름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됐네요. 은신처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네는 그다지 상냥한 아이는 아니었지만 사춘기를 고려하면 순한 양이었네요. 키티에게 털어놓는 마음과 생각들이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해져가는 걸 느낄 수 있어요. "나는 죽은 뒤에도 여전히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통해 마음속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재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글을 쓰는 순간에는 어떤 일이라도 잊을 수 있습니다. 슬픔은 사라지고 새롭게 용기가 솟아납니다." (339-340p) 라고 했던 안네의 바람대로 그녀의 책은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네요. 짧은 생을 살다 간 안네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네요.



누군가 우울해할 때 엄마는 이렇게 조언하곤 해요.

"온 세상의 모든 불행을 생각하고, 그것과는 무관함에 감사하세요."

반대로 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밖으로 나가세요. 들판으로 나가 자연과 햇살의 따스함을 즐겨요.

자기 안에 숨은 행복을 끌어내려고 해봐요. 

당신의 마음속과 주변에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생각해요.

그러면 행복해질 거예요!"

나는 엄마의 사고방식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엄마 말대로라면, 불행 속에서 방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어쩔 방법이 없지 않을까요? 

엄마의 생각과는 반대로 나는 어떤 불행 속에서도 항상 아름다운 걸 발견하려고 합니다.

찾으려고만 한다면 언제든 행복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사람까지 행복하게 해요. 그만한 용기와 신념을 가진 사람은 결코 불행에 짓눌리지 않아요. _1944년 3월 7일 화요일 ( 288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