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
한민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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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봉한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파묘> 였어요.

"나왔다고 거기서, 겁나 험한 게", 극중 무당 화림의 말처럼 너무나 험한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예요. 다양한 연출로 공포감을 극대화시킨 장면들이 많아서 공포영화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다 본 뒤에는 오히려 첫장면을 곱씹게 되더라고요. 비행기 안에서 화림은 와인을 더 하겠냐고 일본어로 묻는 승무원에게 일본어로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겉보기엔 무속신앙, 풍수지리, 무당, 쇠말뚝까지 오컬트적 요소가 다분하지만 깊게 파고 들어가면 우리의 민족의식, 얼, 정신, 정체성을 마주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이 영화가 흥행하면서 무속신앙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저 역시도 종교와 신앙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됐는데 이를 해소해줄 만한 책을 만났네요.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는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님의 책이에요.

이 책에서는 종교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종교와 마음을 들여다보고,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종교적 현상을 살펴보고 있어요. 가장 한국적인 종교로서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미쳐왔던 무속에 관해 설명해주고 있어요. 또한 비뚤어지기 쉬운 신앙의 형태들을 여러 사례를 통해 분석해주네요. 최근 조사에 따르면 종교인구는 나날이 감소하는 추세인데 무속인의 수는 증가하는 것은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어요. 정신적인 어려움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정 종교나 무속을 믿는 건 개인의 자유지만 맹신하는 건 금물이며, 종교적 맥락에서 흔히 나타나는 이분법적 사고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상대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종교적 편견 없이 과학적인 차원에서 종교적인 영역들을 다루고 있어서 우리의 문화와 종교를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네요.


"문화심리학에서 귀신의 존재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믿음 체계 자체다.

문화에는 사람들이 다양한 욕망과 두려움이 투사되어 있다.

누가 귀신이 되고, 귀신이 왜 나타나며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살펴보면

해당 문화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두려워하는가를 알 수 있다." (48p)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다종교 공존은 사실 세계적으로 몹시 드문 일이다.

이러한 종교의 어울림은 한국의 종교적 심성과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예로부터 한국인들은 '하늘을 섬기고 풍요를 비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전통적인 신앙 위에 외부에서 유입된 종교들을 융합해왔다.

'하늘님'은 제석님이기도 했고 천주님이기도 했으며, 한울님, 하느님/ 하나님이기도 하다.

어차피 본질은 하나요 그 모습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니, 나의 목적만 달성할 수 있다면 신앙의 대상과 형식은 크게 중요한 사항이 아니었던 것이다." (137-13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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