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 속의 봉봉
가토 아야코 지음, 안소현 옮김 / 소담주니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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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은 뜻밖의 세계로 이끄는 힘이 있어요.

세상에나, 청소기 안에 누가 살고 있다는 상상이라니!

기껏해야 지저분하고 더러운 먼지, 자잘한 쓰레기로 가득차 있다고 여겼는데... 아닐 수도 있잖아요.

《청소기 속의 봉봉》은 가토 아야코 작가님의 그림책이에요.

"어느 낡은 청소기 안에 봉봉과 봉봉 아빠는 살고 있어요." (6p)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책 표지에 보이는 몽글몽글 하얀 뭉치가 봉봉과 봉봉 아빠예요. 어떻게 청소기 안에서 살게 된 건지, 봉봉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건지 등등 궁금한 것들은 많지만 그러한 사연들은 나오질 않네요. 사실 무엇을 궁금하게 여기는지, 그 질문에서 상상력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어른들은 처음 만나는 누군가에게 묻는 질문들이 뻔하지만 아이들은 예측할 수가 없어요. 낡은 청소기 안에 살고 있는 봉봉과 봉봉 아빠를 보면서 무엇을 상상했나요. 앞서 얘기했듯이 먼지뭉치를 떠올리고 나니, 딱히 다른 것들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 그림책 속에서는 봉봉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왜 청소기 안의 세계를 그려냈을까요.

청소기를 작동한다는 건 어딘가를 청소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지저분한 것들을 싸악 빨아들여서 깨끗하게 치워주는 청소기, 그 안에 모여진 것들이 꽉 차면 쓰레기통에 버려지겠지요. 그러니까 청소기 안은, 우리가 필요없다고 버리는 것들이 모이는 장소인 거예요.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전부 어디로 갈까요. 재활용하는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들이라서 바다와 대지에 쓰레기산이 만들어지고, 지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으니 인류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어요. 그림책 속에는 그 어디에서도 심각한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어요. 오히려 봉봉과 봉봉 아빠가 청소기 안으로 빨려들어온 물건들을 가지고 재미있는 것들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봉봉 아빠의 다정함과 봉봉의 순수함이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바로 그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어요. 실제로 예술과 환경을 접목하여 시민과 함께 소통하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가치 아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쓰레기를 활용해 기능이 없는 작품을 만드는 리사이클링, 쓰레기를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업사이클링, 멋진 예술작품까지 제작하는 거예요. 봉봉과 봉봉 아빠를 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와 쓰레기 세상을 떠올리면서 환경문제까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이 세상은 혼자 살 수 없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상상이었고, 다른 누군가였다면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거나 상상했을 거예요. 그림을 통해 전하는 이야기, 자신만의 상상을 더해서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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