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오디세이 - 운명을 짊어진 개미의 여정
오드레 뒤쉬투르.앙투안 비스트라크 지음, 홍지인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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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하기 어려워요.

어릴 때 땅 위를 기어가는 개미를 바라보던 시간을 제외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를 통해 놀라운 개미의 세계에 눈을 떴다고 볼 수 있어요. 늘 가까이 존재했으나 그 특별함을 모르고 있다가 소설책 덕분에 존재의 경이로움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거죠. 하지만 딱 거기까지,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음을 이 책을 만나고서야 깨달았네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서 주로 103호로 불리는 103683호 일개미가 여왕개미가 되는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개미에게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미의 암수는 알 속에 든 염색체 개수에 따라 정해진다.  ... 영화 <개미>의 주인공인 용감한 수컷 일개미가 공주개미와 사랑에 빠져 군락에 혁명을 일으키던 모습은 잊길 바란다." (23p)

《개미 오디세이》는 세계적인 개미 학자인 오드레 뒤쉬투르와 앙투안 비스트라크의 책이에요.

개미를 연구해온 두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식량을 찾아 용감히 굴을 떠나는 모험가인 수렵개미의 여정을 '현장 관찰'을 토대로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요. 집단생활을 하던 개미는 굴을 나서면 단독으로 이동하며 세계를 탐험하게 되는데, 혼자가 된 개미가 믿을 건 오직 자신의 뇌뿐이라고 하네요. 1억 년 이전의 초기 개미가 사용했던 단독 이동은 오늘날에도 여러 종에서 발견되는데, 모든 수렵개미는 방향 감각이라는 필수적인 능력을 지녔대요. 실험에 자주 등장하는 개미종 중 하나는 몸길이가 1센티미터 정도의 열대종인 '기간티옵스 데스트룩토르'이며, 그리스어 '기가스'와 '옵시스'에서 유래한 기간티옵스는 '거대한 눈'을 의미하는데, 현재 알려진 개미 중 가장 큰 눈을 가지고 있대요. 개미가 가진 재능은 실험실 밖, 열대 우림에서 제대로 발휘되는데 연구자들이 기간티옵스 수렵개미를 자연 세계에서 따라가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대요. 아주 간단한 현장 실험만으로도 개미는 절대 길을 잃는 법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네요. 숲이 시각적으로 복잡하고 개미굴까지 거리가 멀어도, 개미는 특유의 방향 감각으로 길을 찾아낼 수 있어요. 여기에는 기간티옵스 외에도 다양한 종의 개미들이 등장하는데 개별성과 공통된 특징이 모두 신기하고 놀라워요. 소설이 아닌 과학책인데도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개미의 여정을 열두 단계로 나누어, 나가서 방향 잡기, 식량 찾기, 식량 활용하기, 식량 운반하기, 환경 적응하기, 다른 이를 이용하기, 영토 지키기,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공격하고 역습하기, 선택하고 최적화하기, 구조하고 치료하기, 마지막 죽음까지 보여주네요. 동물종의 85퍼센트를 차지하는 곤충 중에서 개미들, 집계된 1만 3,800종의 개미 중 두 연구자가 선택한 건 75종뿐이니, 이 책은 수렵개미의 아주 작은 일부만을 보여준 것이지만 우리는 아주 작지만 엄청나게 큰 개미의 세계를 알게 된 거예요. 개미 오디세이를 통해 생명의 신비를 살짝 엿보았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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