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 - 장애에서 진화적 적응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현대의 고전 제3판
톰 하트만 지음, 백지선 옮김 / 또다른우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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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자주 언급되면서 성인 ADHD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네요. 그동안 ADHD는 과잉행동, 충동성, 부주의 증상을 보이는 아동에게 국한된 문제라고 여겼는데 뜬금없이 성인 ADHD 라니, 좀 놀랐어요. 성인 ADHD 인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잦은 지각, 낮은 업무 성취도, 시간 관리의 어려움, 대인관계 및 사회생활에서의 다양한 어려움을 경험하면서 이러한 잦은 실패의 경험들 때문에 자존감 저하로 이어지고 우울증 등 추가적인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데, 우울증 치료를 하다가 뒤늦게 ADHD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실수를 반복하고, 일을 미루거나 마무리를 잘 하지 못하는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문제들을 겪을 때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혹은 의지가 약해서라고 여기면 자책하는 건 옳지 않아요. 온라인 상에서 떠도는 ADHD에 관한 정보들 중에도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단적으로 ADHD를 '질병' 또는 '결함'으로 보는 것은 부적절한 견해예요. 잘못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것 같아요.

《ADHD 농경사회의 사냥꾼》은 40년 이상 ADHD 아동과 성인의 잠재력을 펼칠 방안을 모색해 온 톰 하트만의 책이에요.

원래 이 책은 1993년 처음 세상에 나왔고, 2019년 새로운 장을 추가하여 전면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왔는데 여전히 초판의 가설이 유효하다는 것이과학적 연구 결과들로 확고해지고 있어요. 톰 하트만이 발견한 가설은 한마디로, "ADHD인 사람들은 사냥꾼들의 후손이야! (30p) 라는 거예요. 인류 역사에서 농업 혁명이 끼친 변화를 주목한 거죠. 수렵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사냥감을 쫓거나 자신들이 쫓길 때 즉각 판단하고 행동하는 충동성이 생존능력이었다면 농부의 세계에서는 그런 특징이 흠으로 보였을 거예요. 인류의 문화적 특징을 '사냥꾼과 농부'로 비유한 점은 매우 탁월한 것 같아요.

이 책은 타고난 사냥꾼 기질(ADHD)을 '질병'이나 '비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이 얼마나 폭력적이며 잘못된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타고난 대로 행동한다는 이유로 처벌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자신을 부적합하고 무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멀쩡한 특성을 잘못된 것으로 오인하는 사회인식의 문제라고 봐야 해요. 부모, 교사, 상담사, 의사가 ADHD 아동에게 어떤 말을 하느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요.

"네 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거야."라는 말 대신에 "네 뇌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거야." (95p)라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매우 다르게 반응한다고 하네요. 교실에서 ADHD 아동을 문제아 취급해왔던 것은 우리가 ADHD 특징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핵심은 ADHD는 결함도 장애도 아니라는 것, 그리고 사냥꾼 ADHD 성인을 위한 생존 지침이 있다는 거예요. 사냥꾼들에게 걸림돌이 된 충동성과 갈망이라는 특징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한다면 얼마든지 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어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병이 많아진 원인은, 어쩌면 '다름'을 인정해주지 않는, 경직된 문화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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