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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벽선사의 전심법요·완릉록 해설
황벽 지음, 나영석 해설 / 하움출판사 / 2024년 10월
평점 :
유명 예능PD와 이름이 똑같지만 동명이인이네요.
저자는 퇴직한 이후 전남 화순의 산중에 마련한 조그만 집에 '참된 나를 찾는 집'이라는 뜻의 '참나원'이란 이름을 붙였고, 그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아침저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로 명상 수행을 시작했다고 해요. 올바른 수행을 위해 읽었던 책들 중에 황벽선사의 『전심법요』 와 『완릉록』 번역본을 구해 한문 원문과 한글 번역을 하나하나 비교해가면 읽는 과정에서 번역의 아쉬움이 있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직접 번역과 해설을 통해 선사의 가르침을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이 책을 펴내게 되었대요. 평소 불교 경전에 대한 관심이 있었고 황벽선사의 가르침이 궁금하여 이 책을 읽게 됐어요. 먼저 황벽선사가 누구인지부터 소개가 필요할 것 같네요. 황벽희운 선사는 당나라 때의 걸출한 선승으로 육조혜능 - 남악회양 - 마조도일 - 백장회해로 이어지는 법을 전해 받아 임제종의 시조인 임제의현에게 전해 주었대요. 중국의 현 복건성 복주 사람으로 복주의 황벽산에서 출가하였고 그 후 백장회해의 제자가 되어 가르침을 받았고, 대안사와 용흥사, 개원사에서 주석하며 제자들을 가르쳤다고 하네요. 황벽선사의 가르침을 기록한 전심법요와 완릉록은 길고 체계적인 대화와 상세한 법어를 구성되어 있어요. 임제종의 황룡혜남이 중국 조사선의 황금시대를 누렸던 마조, 백장, 황벽, 임제 등 4명 선사의 어록을 모아 사가어록을 간행하여 임제종의 종지를 전하는 근거로 삼았는데 황벽선사의 어룩인 전심법요와 완릉록도 여기에 포함되었다고 해요. 황벽선사와 오랜 세월 문답을 주고받은 배휴는 전심법요의 서문에서 말하기를, "일심(一心)만을 오로지 전했을 뿐, 다시 다른 법은 없으셨다." (22p) 라면서, 모든 부처와 모든 중생들이 오로지 한 개의 마음이고, 다시 다른 법은 없으며, 이 마음이 곧 부처이니, 부처가 곧 중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음은 그냥 마음이지 왜 일심, 하나의 마음이라고 했을까요. 저자의 해설을 보면, "이 어록의 핵심 단어가 마음이고, 이 마음에는 서로 다른 세 가지 의미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마음에서 첫 번째는 사람이 각자 가지고 있는 '나'라는 에고의 마음이고, 두 번째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있는 좀 더 넓은 의미의 마음이고, 세 번째는 바로 이 어록의 핵심인 일심(하나의 마음)이라는 마음이다." (23p), "선사께서 말씀하신 일심의 진정한 의미는 나타난 모든 것(전체)을 포함한 하나로서 존재하면서, 전지전능하고 모든 곳에 항상 존재하는 절대의식(순수의식)이다." (25p)라고 되어 있어요. 한마음이 무엇인지를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각자 명상을 통해 자기 내면에 있는 한마음을 직면했을 때의 느낌은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어요. 고요한 무감각의 상태에서 '나'라는 인식과 떠오르는 생각들의 근원이 순수의식인 한마음인데, 이 한 문장만으로도 명상 수행이 가능하네요.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황벽선사의 가르침은 전심법요의 첫머리에서 이미 선(禪)의 정수를 다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일반적인 책과는 달리, 술술 읽기보다는 천천히 선을 공부하는 자세로 문장을 음미하며 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네요. 깨달아 아는 단계에 이르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