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교양 과학과 미술
노인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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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란 뭘까요. 우리가 상식이라고 여기는 수준보다 좀 더 폭넓은 지식이 아닐까 싶어요.

'나는 교양인인가?'라고 자문할 때, 영 자신이 없다보니 교양을 쌓기 위한 책 읽기에 더 몰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교양》는 과학과 미술에 관한 지식들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 책이에요.

이 책은 단답형의 지식이 아니라 서양미술사 안에서 미술과 과학의 접점을 이루는 요소들을 쏙쏙 뽑아 재미있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먼저 그림부터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미술 작품에 대한 소개로 시작되어 회화 기법에서 수학적 비례, 원근법을 통해 기하학, 철학, 과학으로 연결되면서 자연스럽게 과학 이야기로 넘어가고 있어요. 초기 바로크의 대표 화가 미켈란젤로 메리시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1599)를 보면 배경이 모두 검은색 계열로 처리되어 나르키소스가 샘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고 있어요. 자기애와 관련하여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떠올리고, 회화의 기원을 나르키소스에서 찾아낸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의 이야기를 들려주네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똑같이 재현하려면 대상의 수학적 비례가 정확해야 하는데, 이러한 수학적 비례를 인체에 적용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을 소개하고 있어요. 여기서 비트루비우스는 건축가인데, 수학적 비례는 건축에서 매우 중요하며 투시도를 정확하게 구현해내는 능력이 회화에서는 선원근법으로 발전하게 된 거예요. 15세기에는 미술과 과학의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화가이자 건축가이고 동시에 인문학자, 과학자인 사람들이 두 분야를 발전시켰다고 볼 수 있어요. 회화에서 눈에 직접 확인할 수 없는 개념들, 예를 들어 행복, 기쁨, 죽음, 슬픔 등을 표현하기 위해 추상화가 등장했다면 과학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인지가 생겨나면서 속수무책이었던 질병에 대한 대처가 발전할 수 있었어요. 실재와 허상은 철학에서 주로 다루어지는 주제인데 회화뿐 아니라 과학에도 적용되어 새로운 양자 물리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네요. 인간 의식에 관한 양자적 접근을 시도한 로저 펜로즈는 블랙홀의 특이점 개념을 확장해 우주의 근원인 빅뱅을 설명하여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통섭》에서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체계는 생물이며, 또한 모든 생물 현상 중에서 가장 복잡한 체계가 인간의 마음" (319p)이라고 했듯이, 양자역학이 마음의 작용까지 물리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다면 과학이 곧 철학적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일 거예요. 책 속에서 과학과 미술의 역사를 되짚어 보니 현대인의 교양은 통섭적 사고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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