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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카페의 노래 ㅣ 열림원 세계문학 6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9월
평점 :
세상과 동떨어진, 황량한 마을에도 카페가 하나 있었어요.
지금은 판자로 막아놓은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한때는 손님들로 북적이던 곳이었어요.
이 소설은 그 카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상하고도 놀라운 사랑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슬픈 카페의 노래》는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이에요. 이 소설의 주인공인 미스 어밀리어는 사시에 180센티미터가 넘는 장대한 여자인 데다가 사소한 일도 그냥 넘기지 않고 소송과 재판을 걸 정도로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예요. 오직 돈 버는 일에만 열심이라 두둑하게 재산을 모았는데, 남자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혼자 살고 있어요. 딱 한 번 결혼한 적이 있는데 고작 열흘 만에 끝나버려서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미스 어밀리어라고 부르고 있어요. 양조장을 운영해서 이 지역 최고의 술을 빚어내어, 자신의 건물에서 여러 생필품과 함께 판매하고 있어요. 흔히 남자들이 뽐낼 법한 손재주를 모두 가진 어밀리어가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건 사람들과의 관계였어요. 금전적 거래나 소송이 아니면 사람들과의 교류를 하지 않는, 자발적인 외톨이라고 해야겠네요. 이런 미스 어밀리어를 하루 아침에 바꿔 놓은 사람이 떠돌이 나그네 라이먼 윌리스예요. 라이먼은 꼽추였고 키가 그녀의 허리께에 올까 말까한 아주 왜소한 체격을 지녔으며, 거지꼴로 나타나서 미스 어밀리어에게 자신이 먼 친척이라고 말했어요. 옆에서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당연히 라이먼을 쫓아낼 거라고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미스 어밀리어는 라이먼과 함께 지내면서 가게를 카페로 변경하여 동네 사랑방으로 만들었어요.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사랑을 주는 사람들은 모두 본능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 이 새롭고 이상한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그래서 괴로워한다. 이런 이유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사랑을 자기 내면에만 머무르게 해야 한다. (···) 어디로 보나 보잘것없는 사람도 늪지에 핀 독백합처럼 격렬하고 무모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50-52p)
겉으로 보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하자면 사랑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여기에 전 남편의 등장으로 삼각관계가 펼쳐지는 건 상상도 못한 전개였어요. 솔직히 머리를 세게 맞은 기분이랄까요. 뻔히 다 보여줬는데 눈을 뜨고 제대로 보질 못했던 거예요.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이 끝난 후에 남는 것은... 아마 자신의 사랑만큼은 다르다고 여기겠지만 멀리서 바라보면 다를 게 없는 것 같아요. 소설보다 더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맨 뒤에 수록된 카슨 매컬러스의 연보였어요. 미친 사랑, 지독한 사랑, 특별한 사랑, 뭐라 부르든지 사랑을 해봐야만 알 수 있어요. 자신이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요. 오직 자신만이 사랑의 가치를 정할 수 있고, 그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