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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 - 한이준 도슨트가 들려주는 화가 11인의 삶과 예술
한이준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9월
평점 :
눈길이 머무는 그림이 있어요.
이 책도 표지 그림이 제가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이라서 반가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 좋아져서, 요즘은 그림으로 힐링하고 있는데 제 마음과 통하는 책을 만나서 기쁨과 즐거움이 두 배가 된 것 같아요.
《오늘도 미술관에 갑니다》는 한이준 도슨트의 책이에요. 저자는 자신이 특별히 마음에 담고 있는 열한 명의 화가들을 소개하고 이들의 삶과 예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실제로 미술관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네요. 일상 속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그려낸 클로드 모네, 생생한 현실을 그려낸 에두아르 모네, 여성들에게 직업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19세기 파리에서 화가로 살아남은 인상파 화가 베르트 모리조, 황홀한 황금빛 시대를 열었던 구스타프 클림트, 말이 필요없는 빈센트 반 고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신스틸러로 등장하는 툴루즈 로트렉, 현대인의 불안과 우울을 가장 잘 이해할 것 같은 에드바르 뭉크, 다채로운 색채와 세련된 표현법의 대가 앙리 마티스, 20세기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 20세기 미국 문화의 아이콘 앤디 워홀, 처절한 고통을 찬란한 예술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까지 예술가의 삶과 작품의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지치고 힘들 때는 모네의 그림으로 긍정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데, 맑고 화창한 오후에 푸르른 들판을 거닐고 있는 아내 카미유와 아들 장의 모습에서 행복한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너무 울적해서 그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펼쳐보기를 추천해요. 그림은 말하지 않지만 말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에드바르 뭉크의 <생 클루의 밤>은 어둡고 쓸쓸한 마음의 방을 보여주고,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여, 만세>는 고통스러운 삶 위에 피어난 희망과 열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솔직히 앙리 마티스의 삶을 모를 때는 그의 작품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긍정의 힘이 담겨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어요. 간결하고 밝은 색채를 가볍게만 여겼는데 순수하고도 진지한 예술적 노력의 결정체였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명랑함을 통해서만 구원의 길이 열린다'는 니체의 말이 떠올랐어요. 화가들의 인생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 하등 문제될 것은 없지만 그들의 삶을 알고 이해할수록 감상의 깊이는 더할 수 있다는 걸 배웠네요. 끄적대는 낙서에도 마음이 보이는데, 하물며 위대한 예술가의 그림은 어떻겠어요. 마음과 영혼으로 빚어낸 작품들이기에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감동을 주네요. 마치 나만을 위한 미술관에서 훌륭한 도슨트의 안내를 받은 것 같네요.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1027/pimg_7702661134475453.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