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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의 역사 - 알지 못하거나 알기를 거부해온 격동의 인류사
피터 버크 지음, 이정민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4년 9월
평점 :
무지와 야만의 시대를 보라!
과거에 비해 인류는 더 똑똑해졌는데 왜 여전히 무지와 야만의 시대처럼 느껴질까요. 근래에 '무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책을 읽게 되었고,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시대와 역사를 고찰하는 계기가 되었네요.
《무지의 역사》는 케임브리지대학교 종신 교수 피터 버크의 책이에요. 우선 이 책은 무지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어요. 단순히 모른다는 의미를 넘어 매우 복잡한 사회적 요인들이 혼재된 개념이며, 인류 역사 속에서 개인, 집단, 사회의 무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흘러왔는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무지의 결과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무지의 부정적인 면이 긍정적인 면보다 더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현대 사회를 정보화 시대라고 하지만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할 수 없는, 필터링 실패로 인해 무지가 확산되고 있고, 무지에서 비롯되는 오해와 선입견이 사회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 같아요. 최근 여성학자들이 각 분야에서 남성의 편견으로 인해 무시되었던 사각지대를 잇달아 발견했는데, 학계에서 남성 연구자들이 상당 부분 여성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했음을 알 수 있어요. 특정 지식에 무관심하고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지가 제도적으로 장착되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예요. 무지의 역사는 지식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지식의 사회사와 상반되면서 서로 보완하는 무지의 사회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무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누가 무엇에 무지한지를 탐구하는데 다양한 상황에서 누가 누구를 어떤 이유로 무지하게 만드는지, 각각의 무지를 한데 모아 복수의 형태로 연구하여 다층적 역사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우리가 무지의 연구, 무지의 역사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가 반복되기 때문이에요. 역사에 무지하면 어떤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지, 이것 또한 과거로부터 배워야 똑같은 실수를 피할 수 있는데 과거의 교훈을 무시한 사례들이 많다는 점은 매우 불행한 현실이네요. 저자는 어느 개인, 문화, 시대의 무지를 언급하기 전에 항상 두 번 생각해야 하는데 그건 알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넘쳐나는 정보와 지식을 어떻게 올바르게 취사선택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앎이라고 했던 공자의 말씀을 되새기게 되네요. 책 말미에 부록으로 '무지 용어 사전'을 보면 세상에 이토록 다양한 무지가 존재한다는 것, 그 무지를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를 얻을 수 있어요.
"마크 트웨인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는 모두 무지하다. 다만 무지의 대상이 다를 뿐이다.'
문제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며,
지식을 가진 자들은 권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339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