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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
로저 크루즈 지음, 김정은 옮김 / 현암사 / 2024년 9월
평점 :
최근 국정감사를 보면서 웬만한 쇼를 능가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 우리말로 소통하고 있는데 일상적인 단어들조차 그 의미를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가 하면, 질문과는 무관한 답변을 늘어놓거나 엉뚱한 질문으로 답변을 유도하는 경우가 있어요. 증인 선서의 내용을 보면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합니다."라고 되어 있듯이 양심을 따른다면 문제가 될 일이 없겠지요. 특수 상황이긴 하지만 의사소통 실패의 여러 사례들을 목격하게 되었고, 이 책 덕분에 어떠한 맥락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네요.
《무슨 말인지 이해하셨어요?》는 로저 크루즈의 책이에요. 인지심리학과 언어심리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인지과학적 관점에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분석해 근본적인 원인을 알려주고 있어요. 심리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무언가 '틀림없다'는 생각이 오해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화자가 의도적으로 하는 애매한 말 때문에 오해가 빚어진다면 언어의 정확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요. 아마 다들 한 번쯤 소통의 오류, 오해로 인한 문제를 경험해봤을 텐데,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오해를 낳는 다양한 원인들을 미리 알아두는 거예요. 상대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믿음에 빠지니까 소통의 실패를 겪는 거예요. 과거에 비해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 다양해지고 발전되었는데 오히려 우리의 의사소통 능력은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소셜미디어로 문자 메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 중에는 전화 공포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코로나19 시기에 비대면 방식으로 소통하다보니 직접 대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생겼어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자는 우리의 의사소통 능력이 한 가지 방해 요소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을 어렵다면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원 스트라이크'부터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네요. 의사소통의 실패를 막기 위해서는 오해를 낳는 요인들을 미리 알고 원천 차단해야 하지만 완벽할 순 없겠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오해는 생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더욱 신중하게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