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산책 - 사유하는 방랑자 헤르만 헤세의 여행 철학
헤르만 헤세 지음, 김원형 편역 / 지콜론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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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 책속의 문장들이 생각날 것 같아요.

《무해한 산책》은 헤르만 헤세의 이탈리아 여행 기록을 모은 책이에요.

스물세 살의 헤세는 오래도록 동경하고 꿈꿔왔던 이탈리아로 처음 여행을 떠났고, 르네상스 시대의 수많은 건축물과 예술작품, 아름다운 자연과 친절한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여정을 기록했어요. 1901년부터 1936년까지 헤르만 헤세가 쓴 여행의 기록을 통해 그가 보고 느낀 이탈리아의 모습과 사색의 시간들을 마주할 수 있어요. 헤세는 이탈리아를 방문하게 될 미래의 여행자들을 위해 값진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모든 이탈리아 여행의 즐거움은 양날의 검 같아서, 더 많은 도시를 방문할수록 각 도시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지만, 그래도 어느 한 곳도 놓치고 싶지 않죠. 모든 여행에서 제 개인적인 원칙은 가능한 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은 것보다는 하나의 도시, 호수, 지역을 철저하고 자세하게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피렌체, 라벤나, 베네치아를 깊이 알게 되었죠. 물론 베르가모에서 페라라까지 수많은 북부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들도 방문하고 싶은 열망이 더 커졌습니다." (12-13p) 유럽여행을 꿈꾸면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나라와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을지 그려본 적이 있는데, 만약 그대로 떠났다면 수박 겉핥기식의 관광이 되었을 것이고, 헤세가 말하는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을 거예요. 그러니 이탈리아 여행을 가기 전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행운인 거죠. 아름다운 르네상스 예술작품에 감탄하면서도 위대한 과거의 몰락을 떠올렸던 헤세는 오늘날의 삶과 황금기 예술 작품에서 말하는 삶이 하나가 되는 곳으로 베네치아를 꼽고 있어요.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수 세기 동안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도시라고 소개한 베네치아에서 곤돌라를 타고 두드러운 달빛과 작은 배가 일으키는 잔물결의 반짝임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네요. 미술관에 전시된 명화와 조각품들, 대성당과 음악이 어떻게 우리에게 인식되고 영향을 미치는지, 그건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요.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를 이끌듯이, 헤세에게 있어서 이탈리아는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내면의 자아를 일깨우고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는 과정들이 무해한 산책이었네요.


"낯선 풍경과 도시에서 단순히 유명하고 눈에 띄는 것만을 좇지 않고,

본질적이고 깊은 것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는

대부분 우연한 일들, 사소한 것들이 특별한 빛을 발하게 된다.

피렌체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피렌체 대성당이나 시뇨리아의 옛 궁전이 아니라,

보볼리 정원의 작은 금붕어 연못이다.

나는 그곳에서 피렌체의 첫 오후를 보냈다. 몇몇 여성들, 그들의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었고,

처음으로 피렌체 방언을 들었다. 수많은 책을 통해 익숙해진 이 도시를 처음 대화를 나누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제 존재하는, 살아있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다." (17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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