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데트의 노래
프란츠 베르펠 지음, 이효상.이선화 옮김 / 파람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갈수록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통계를 봤어요.

무종교인이 늘어나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인데 과거에는 종교인이었다가 실망이나 불신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현재는 아예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고 하네요. 과도한 스트레스와 끊임없는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 물질적 풍요와 사회적 성공을 좇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종교는 관심 밖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된 거죠. 더군다나 사이비종교 단체의 교주들이 저지른 추악한 범죄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종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커진 것 같아요. 모든 종교에서 탈종교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이 책이 새롭게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특별하게 느껴지네요. 왜냐고요? 루르드의 기적에 관한 이야기니까요.

《베르나데트의 노래》는 체코 태생의 유대계 오스트리아 작가인 프란츠 베르펠의 소설이에요.

우선 이 소설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더 소설 같아서 자세히 소개하고 싶네요. 프란츠 베르펠(1890~1945)은 20대에 발행한 첫 시집으로 명성을 얻었고 당대의 표현주의 시인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프란츠 카프카, 막스 브로토 등 프라하 출신 유대인 작가들과 교우했던 저명한 극작가였대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길을 올랐는데 은신처로 삼았던 피레네 산맥의 루르드에서 처음 베르나데트의 이야기를 들었대요. 극심한 스트레스와 절망에 빠져 있던 프란츠는 이 위기에서 벗어나 미국의 해안에 도착할 수만 있다면 제일 먼저 '베르나데트의 노래'를 쓰겠노라고 맹세했고, 이 책은 그 맹세를 이행한 것이라고 하네요. 미국에서 집필되어, 독일어로 쓴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1941년 초판이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솔 이효상 선생에 의해 초역되어 1962년 '벨라뎃다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이후 2007년 차남 이문희 바울로 대주교 주도로 보완돼 가톨릭 영성 교육자료로 활용됐는데, 이번에 출판사의 대대적인 수정 보완 작업을 거쳐 대중들을 위한 서적으로 나왔네요.

"나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유대인임에도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사실 루르드에서의 맹세 오래 전에 이미 무의식적으로 다짐한 바가 있었다. 궁극적인 생명의 가치에 무관심하며 조롱하는 당시의 풍조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언젠가는 인간의 성스러움에 대해 쓰겠노라고 나의 첫 시 곳곳에 써 놓은 것이다." _ 프란츠 베르펠, 1941년 5월, 로스앤젤레스 (15p)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루르드는 교황청이 인정한 세계 3대 성모 발현 성지로 불치병을 치유받은 사람들의 흔적이 숱하게 남아있는 곳이에요. 1858년 2월 11일, 루르드의 마사비엘 동굴에서 열네 살의 소녀 '마리 베르나데트 수비루' 앞에 광채와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났는데 소녀는 누군지도 모른 채 무릎 끓고 기도했고, 이후 열일곱 차례 더 소녀에게 나타난 여인을 가톨릭에서는 '루드드의 복되신 성모 마리아'라고 부르고 있어요. 동굴의 물을 마시고 몸에 바른 사람 중 불치병이 낫는 기적이 속출하면서, 쉬쉬하던 루르드 지역 주교는 1860년 수비루가 성모 마리아를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교황청도 루르드를 성모 발현 성지로 지정하면서 1933년 베르나데트를 성녀로 시성했어요.

소설은 모두 5부 50장으로 베르나데트가 살던 허름한 토방에서 시작해 루르드 기적의 첫 번째 수혜자 부올츠의 아들이 베르나데트 시성식에 참례하는 장면까지 그리고 있는데, 기적의 신비보다는 그 기적을 체험한 소녀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성직자와 관료들은 소녀를 심문했고, 세상 사람들은 조롱과 손가락질을 하며 의심했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결핵으로 고생하다 35년의 짧은 생을 마친 베르나데트는 마지막 호흡을 하는 그 순간, 동굴 앞에서 여인을 보던 때의 얼굴로 돌아왔다고 하네요. 하느님과 성모님을 향한 깊은 열망으로 고통을 견뎌냈던 성녀의 삶과 죽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가 나뒹굴었던 마사비엘 동굴이 성모 마리아의 발현으로 치유의 기적이 일어나는 성지가 되었듯이, 죄로 얼룩진 마음들을 맑은 샘물로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실한 기도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네요.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