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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 -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
건축지식 편집부 지음, 정지영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9월
평점 :
작은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지역 문화공간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동네 사람들에게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연결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공유한다는 것은 수익만을 생각한다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최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님이 운영하는 독립서점도 만성적인 적자를 내면서 6년째 문을 열고 있는 것도 그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이었을 거예요. 수상 소식과 함께 줄을 서는 책방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사서 읽고 있으니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새롭게 서점을 열고 싶은 사람이라면 구체적인 준비 과정과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해요.
《디자인이 한눈에 보이는 책방도감》은 공간 디자인으로 동네를 바꾼 일본의 로컬 서점 40곳을 소개한 책이에요.
이 책을 만든 '건축지식 편집부'는 1959년 창간된 일본의 건축 전문 월간지이며, 서점 운영을 위한 모든 것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첫 장에 '편집부를 관두고 서점 주인이 된 와니타'라는 제목의 만화가 그려져 있어서 흥미롭더라고요. 악어 모습을 한 와니타 기요미는 출판사 편집부원인데 사표를 내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고양이 모습의 고린 편집장은 와니타에게 성급하게 굴지 말라면서 서점을 하려는 이유를 묻자, "작은 서점을 여는 게 유행이에요. 작아도 구색만 잘 갖추면 손님이 와 줄거라고요!" (3p)라며 철없는 소리를 하네요. 그러자 고린 편집장은 와니타의 선배인 이누야마 준에게 한 수 가르쳐 줄 것을 요청해요. 어느 지역에 서점을 열 것인지, 어떤 스타일로 점포 설계를 할 것인지 구체적인 질문을 하자 와니타는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사표를 취소하면서 끝이 나요. 짧은 만화 속에 초보자의 실수를 그려내고 있네요.
이 책에서는 작은 서점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서점을 구상하고 개업 자금을 계획하며 독자적인 감각을 구축하는 방법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고객을 위한 서점을 만드는 방법, 책이 돋보이는 서점의 모든 것, 알아두면 좋은 기초 지식과 꼭 알아두어야 할 업계 용어까지 산뜻한 일러스트와 실제 운영되는 로컬 서점의 사례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궁금한 부분이나 필요한 내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서점의 도면을 보면 취급하는 책 종류와 점포 평수, 취급하는 책의 권수, 매장 동선, 고객 동선, 시선 방향이 표시되어 있어서 다양한 서점 콘셉팅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공간 디자인이 적용될 때 어떻게 분위기가 바뀌는지를 눈으로 보니 놀랍고 신기하네요. 거기다가 도서 유통의 구조와 도서 매입 등등 서점 개업과 관련된 전체적인 흐름과 세부 사항들까지 꼼꼼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점 창업 가이드북으로 손색이 없는 것 같아요. 일본 각지의 멋진 서점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