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5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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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을 만났어요.

우선 작가부터 소개하자면 엘리자베스 생크세이 홀딩은 뉴욕 브루클린 출생으로 영국인 외교관인 조지 홀딩과 결혼해서 두 딸을 낳고 남미 여러 나라와 버뮤다에서 살았고 남편이 퇴임한 뒤에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여생을 보냈다고 해요. 해외로 파견되는 외교관의 특성상 잦은 환경의 변화들이 다양한 경험인 동시에 내면의 어려움과 고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작품 활동은 1920년대에 여섯 편의 로맨스 소설을 썼고 이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장르를 전환하여 1929년부터 1954년까지 열여덟 편의 장편소설과 수많은 단편을 썼다고 하네요. 달달한 로맨스 소설에서 오싹한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 넘어간 시점인 1934년 출간된 소설이 바로 《나는 너의 죽음을 기원한다》예요. 이 소설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새로운 버전의 '부부의 세계'라고 볼 수 있어요. 결혼생활에서 벌어지는 위기와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델란시 부부와 화이트스톤 부부, 이들 두 커플 사이에 엘시 새킷이라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여성이 등장하면서 균열이 생기게 되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휴 애치슨이라는 젊은이가 등장하는데 그의 역할이 매우 독특해서 흥미를 더해주네요. 어쩌면 가장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물일지도, 백만장자의 아들인 데다가 준수한 외모와 곧은 성품까지 지나치게 완벽한 설정이거든요. 그가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인으로 설정된 건 저자의 숨은 묘수였다고 생각해요.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사가 히트를 쳤다면, 이 소설에서도 그에 못지 않은 말들이 곳곳에서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네요. 사랑에 빠지는 건 죄가 아니지만 잘못된 언행을 사랑이라는 핑계로 무마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더군다나 마음의 상처를 넘어 목숨을 위협하는 일은 범죄니까요. 어리석게도 그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요. 사랑이 식어버린 부부의 끝을 보고야 말았네요.


"당신··· 난··· 그런 일은 용서할 수 없어."

"당신은 선을 넘었어."

"난 진심으로 한 말이···."

"됐어, 당신이 한 말이야! 당신이 말했다고···. 아니! 난 용서 못해." (96p)


"이 애는 그놈의 바보 같은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거나 사랑에 빠져 있거나, 둘 중 하나야.

둘 다 젊은 여자들에겐 아주 나빠. 보통 사랑에 빠지는 나이가 아무 생각이 없을 때라는 건 굉장히 불행한 일이야.

봐봐, 사람들이 가족이 있고 자식들이 다 자라고 나서, 뭐 쉰 살이라든가, 그런 때 사랑에 빠지기만 한다면···.

그게 훨씬 낫지. 실수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말이지."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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