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관찰 - 곤충학자이길 거부했던 자연주의자 장 앙리 파브르의 말과 삶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 지음, 김숲 옮김, 장 앙리 파브르 서문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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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장 앙리 파브르의 삶을 다룬 책이 나왔어요.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의 제자이자 의사였던 조르주 빅토르 르그로가 쓴 책이에요.

저자는 위대한 박물학자가 생전에 받았어야 마땅한 존경을 표현하기 위해 장 앙리 파브르의 삶과 그의 과업을 담은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어요. 공식 전기 작가가 되기 전 르그로는 1910년 아르마스에서 파브르를 위한 기념회를 개최했고, 1년에 두 번 이상 아르마스를 방문해 파브르의 말련을 함께 보냈다고 해요. 첫 장에는 파브르의 집이자 연구실인 아르마스에서 흉상 제작에 참여 중인 파브르와 르그로, 시카르의 모습과 1913년 프랑스 대통령 레몽 푸앵카레가 아르마스를 방문해 국가 차원의 감사를 표하는 모습의 사진이 있어요. 진실하고 충직한 제자의 노력 덕분에 뒤늦게나마 파브르의 공적이 제대로 인증받게 된 거예요. 인생 말년에 이르러서야 영광과 명성, 인기를 얻게 되면서 오늘날까지 위대한 과학자로서 알려지게 된 거예요. 만약 파브르가 돈과 명예를 좇는 인물이었다면 그의 위대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생계를 위해 밤낮 없이 일해야 했던 파브르가 본격적으로 연구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기는 은퇴 이후였어요. 파브르는 스스로가 명명했듯이 "은둔자의 도피처"인 시골 마을의 외딴 집에서 자발적인 고립과 금욕을 선택했어요. 모든 면에서 검소했던 파브르는 고기를 모두 피하고 과일을 주로 먹으며 약간의 와인을 마셨다고 해요. 어떤 음식은 아예 입도 대지 않았는데 그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적인 이유라는 점에서 능동적인 채식주의자였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식탁의 즐거움을 알아보는 걸 보며 행복해하는 미식가이기도 했대요. 생계를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 시절에도 학생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존중하는 태도로 말썽을 부리던 학생들까지 바뀌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평소 온순하고 부드럽던 파브르가 갑자기 평정심을 잃고 폭발하는 때는 악의적인 속임수로 놀림감이 되거나 명료하게 설명했는데도 사람들이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느낄 때였대요. 불필요한 언행을 일절 하지 않았던 파브르는 얼핏 사회성이 떨어져 보이지만 오히려 그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은 평생 진실된 관계를 유지했어요.

파브르는 거의 아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똑같은 열정으로 연구를 이어나갔는데, 그럴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요. 그건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파브르는 우리와 지구를 공유하는 모든 생명체가 장엄하고 정해진 임무를 수행한다고 완전히 확신했다고 해요. 어릴 때부터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지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파브르는 자신의 신념과 열정을 청중에게 전달하는 강연에 헌신하며 큰 열의를 보였다고 해요. 모두를 위한 자연사가 학교에서는 지루하고 쓸모없는 학문으로 전락한 것을 안타깝게 여겼던 거죠. 배움의 기쁨을 알았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냈던 거죠. 파브르의 관찰력은 타고난 천재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엄청난 인내심은 험난한 인생 고비를 헤쳐온 노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찰스 다윈은 그 유명한 《종의 기원》에서 파브르를 "아무나 흉내내지 못할 관찰자" (89p)라고 묘사했는데, 파브르의 삶을 알고나니 그야말로 위대한 관찰자였네요. 남가뢰의 탈바꿈 이야기는 25년간의 끈질긴 탐구 결과로 완성되었고, 왕소똥구리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는 40년이 걸렸다고 하네요. 매일 자신의 독보적인 관찰을 밀고 나가며 꾸준히 기록했던 파브르의 결연한 작업과 놀라운 인내심은 존경할 수밖에 없네요. 뛰어난 업적 이전에 파브르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더 놀라웠어요. 그런 의미에서 《위대한 관찰》은 파브르의 놀라운 발견이었네요.



"파브르의 책은 관찰에 전념하려는 모든 사람을 위한 안내서라 할 수 있다. 정신훈련 안내서이자 모든 박물학자가 읽어야 할 진정한 '방법에 관한 글'이며,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흥미롭고 유익하며 친숙하고 유쾌한 훈련 과정이다." (175p)


다윈이 사망한 직후 파브르는 친한 친구인 드빌라리오에게 편지를 보냈다.

"호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내 글이 불러온 반응에 절대 반응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어. 나는 나만의 걸음걸이로 나아갈 거야. 사람들이 갈채를 보내든 야유를 보내든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야. 진실을 추구하는 일만이 내 유일한 관심사지. 내 관찰 결과에 불만을 품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이들이 애착을 갖는 이론이 손상됐다면) 그 사람들이 직접 연구해서 진실이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확인하도록 두어야 해. 내 문제는 논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인내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만이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밝혀낼 방법일 거야."

파브르는 17년 후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신문 기사가 나에 대해 뭐라 떠들든 나는 정말 관심이 없어. 내가 내 연구에 꽤 만족했다면 그걸로 충분해." (22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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