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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성장했다
주예나 지음 / RISE(떠오름) / 2024년 9월
평점 :
피부 위에 새겨진 자국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타투, 문신이 단순히 멋내기용이 아닌 흉터를 가리기 위한 시술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잘못된 인식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의사가 아닌 타투이시트의 시술을 불법으로 규정한 유일한 나라에서 타투이스트로 산다는 건 굉장히 이상하고 불안한 삶인 것 같아요. 해외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훌륭한 실력을 갖춘 타투이스트들이 언제든지 불법행위로 신고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게 모순 그 자체인 거죠. 사실 타투이시트라는 직업 외에 타투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책이 아닌데도 타투를 떠올렸던 것은 저자의 청춘 이야기가 타투를 닮았기 때문이에요.
《슬프게도, 성장했다》는 타투이스트이자 모델로 활동하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주예나님의 사진 에세이예요.
책 표지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라 한참 바라보았네요. 어둑어둑한 밤하늘 위로 뻗은 손, 그 손이 짓고 있는 표정이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얼굴도 아닌 손에 무슨 표정이 있느냐고 하겠지만 알쏭달쏭한 표정을 봤고,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 알 것 같았죠. 저자는 SNS에 글과 사진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청춘의 순간들을 담아냈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연장선으로 보면 될 것 같아요. 세상과의 소통 창구가 되는 책!
아마 또래의 청춘들은 더 많이 공감할 것 같아요. 물론 청춘은 물리적인 시간과는 별개로 각자의 인생에서 본인만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모두를 위한 청춘 이야기이기도 해요. 온 세상이 푸릇푸릇 피어나고 강렬한 햇빛에 녹아내릴 듯한 여름의 어느 날처럼.
"난 고장난 사람. 살아간다는 건 어디 하나가 계속 고장나는 거라는 이 말을 좋아한다. 다들 고장난 채 살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완벽하지 않은 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는 조금씩 고장난 채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마음이, 누군가는 몸이, 또 누군가는 영혼이. 하지만 그 고장난 부분들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만든다." (88-89p)
늘 완벽하기를 기대하다가 더 이상 완벽하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될 때, 그럴 때 성장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자는 성숙해지는 과정을, "슬프게도, 그렇게 나도 변해간다." (99p)라고 표현했는데,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해요. 영원히 변하지 않기를 꿈꾸는 시간에서 비바람에 씻겨 동그랗게 변해가는 조약돌의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이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저자는 일기장에 써내려갈 것 같은 고백들과 함께 거울 속 자신을 발견하듯,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가녀린 몸 위에 여러 문양의 타투가 보이는데, 그 가운데 팔 안쪽에 새긴 꽃 세 송이가 예쁘네요. 어떤 의미를 가진 타투인지 상상해보다가 문득 타투는 몸에 새긴 이야기구나 싶더라고요.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 속에서 아름다운 청춘이 반짝이고 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