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 아르테 미스터리 23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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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돈과 지위, 재산, 또 결혼과 가족, 친구를 믿고 자신들은 안전하다고,

우월하다고 여긴다. 잔인한 운명은 남의 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눈에 저들은 순진해빠진 사람들일 뿐이다.

어쩌면 저리도 모를까. 누구든, 언제든 전부 다 잃을 수 있다는 게 현실이다.

하룻밤 사이에, 한순간에, 인생이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는 도로 붙일 수 없게 될 수 있다.

내가 바로 이 불편한 진실의 살아 있는 증거다."

(59p)


《마더 :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는 T.M. 로건의 심리 스릴러 소설이에요.

그동안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를 즐겨 왔지만 요즘은 다른 측면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어요.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몰입감이 커진 것 같아요. 근래에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쓴 주인공의 이야기를 연달아 읽다 보니, 그 감정에 너무 빠져서 조금 힘들었네요. 심박수가 올라가고 숨이 턱 막힐 듯한, 음,,, 아무래도 나쁜 놈들을 향한 분노는 억누르기가 몹시 어려운 것 같아요. 뻔뻔하게 자신들의 범죄를 은닉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만들면서 우월한 척 고상한 척 가식과 위선을 떨어대는 것들을 어떻게 참아낼 수 있겠어요.

이 소설의 주인공 헤더는 네 살, 두 살인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에요. 두 아들을 재우느라 진땀을 빼는 상황 묘사가 너무 리얼한 것 같아요. 어린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일과 육아로 정신 없이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남편 리엄과도 소원해진 데다가 최근 야근이 잦아진 남편 때문에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에요. 하원의원이 된 리엄의 새 직업이 처음엔 신기했고, 아이들이 아빠를 텔레비전에서 본다는 사실에 들떴지만 점차 육아와 집안일, 공과금을 비롯한 잡다한 일들까지 헤더의 몫이 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 거죠. 그러다가 금요일 저녁,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온 남편 리엄에게서 불륜의 정황을 포착한 헤더는 폭발하고 말았어요. 심하게 말다툼을 한 것까지는 기억나는데 그다음...다음 날 아침, 지끈거리는 두통과 함께 깨어난 헤더는 소파에 누워 있는 리엄을 흔들어 깨웠지만 리엄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리엄의 흰색 티셔츠 복판에는 거칠게 찢긴 하나의 자국이 있었고 주변에는 검붉은 피로 흠뻑 젖어 있었어요. 충격적인 장면보다 더 놀라운 건 헤더가 남편의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갔다는 사실이에요. 도대체 왜 누가 리엄을 죽이고, 헤더를 살인자로 만들었을까요. 10년 뒤 출소한 헤더는 '무덤에서 돌아온 여자'가 되어 감춰진 진실을 추적하는 이야기예요.

"리엄이 죽은 뒤로 온통 거짓투성이인 숲이 우거졌다. 거짓은 나와 두 아들 사이를 가로막았고, 내게서 그들을 영원히 떼어놓으려 했다. 거짓의 숲은 너무도 울창하고 너무도 엉클어지고 너무도 어두워서 누구도 더는 숲을 꿰뚫어 볼 수 없었다. 나는 맨 처음 거짓이 심어진 이유를 알았다. 내게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였다. 내 입을 막고 진실을 아주 깊이 묻어버려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할 일을 알았다. 나는 이 거짓의 숲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숲을 모조리 태워버릴 것이다."

(62p)

하룻밤 사이에 파괴된 삶, 누구나 헤더와 같은 일을 겪을 수 있어요. 음모의 희생양이 되고,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버려지는 신세가 되면 남은 건 절망뿐이에요. 현실 속 피해자가 진실을 밝히고 복수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런 의미에서 소설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어요. 인과응보, 그들이 죗값을 치르도록 우리의 주인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니까요. 어긋나버린 삶을 바로잡기 위해 치열하게 싸울 수 있는 용기, 그것이 거짓의 숲을 불태울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또한 변치않는 믿음과 사랑은 우리를 살아 숨쉬게 만드는 모든 것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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