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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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순간이 꽤나 인생을 닮았다.

에둘러 빨리 가려 애쓰지 말고 차근차근 순서를 지키는 건 그림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꽤 쓸모 있는 거라는 걸 그림 그리면서 배운다.

그림이 어쩜 이렇게 인생과 같을까?

그림을 그리다가 '뭉클'했다."

(15p)


《그리다가, 뭉클》은 이기주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예요.

저자는 토요일 오전에 그림을 그린다고 해요. 일상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을 그리기 위해 평소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뒀다가 여유로운 시간에 맘에 드는 사진을 정해지면 그릴 채비를 한대요. 바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종이에 아무거나 낙서를 하면서 손 근육을 풀어주고 어떤 구도로 그릴 것인지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는 과정을 거친대요.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망설이다가 못하는 이유는 잘 그리고 싶은 욕심 때문인 것 같아요. 괜히 시작했다가 망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때문에 아예 시작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틀려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네요. 저자의 말처럼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묘하게 인생을 닮은 것 같아요. 삐뚤어진 선도 내 그림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말이에요.

왜 그림을 그리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에서 고흐가 했던, "생각을 안 하려고요. 생각을 멈추면 그제서야 느껴져요. 내가 안과 밖 모든 것의 일부라는 걸요." (21p)라는 말로 답해주네요. 나이 먹을수록 상처받을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많아서 마음의 상처 위에 바를 약이 필요했고, 그림 그리기가 자신에겐 새살을 돋게 하는 후시딘 같다고 하네요. 사람마다 자신만의 후시딘이 필요한데, 저자의 글을 읽다보니 어느새 '나도 그림을 그려 볼까?'라는 마음이 생기네요. 아주 오래 전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던 시절이 있었네요. 정성껏 그린 초상화와 손편지를 전하던 그때의 마음, 너무 까마득히 잊고 있었네요. 뭐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 나중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복잡한 마음들을 모두 비워내면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자는 오늘의 실수한 선을 지우지 않는대요.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도 크지 않을뿐더러 여러 번 지우면 종이만 너덜너덜해진다고, 그러니 실수한 선을 그대로 놔두는 용기를 가지라고 응원하네요. 실수한 선들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면 언젠가는 더 반듯하고 곧은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거죠. 재미있는 건 구불구불 잘못 그은 선도 시작과 끝이 맞으면 오히려 독특한 선이 되어서 좋다는 거예요. 실수로 그은 선이나 빈틈도 멀리서 한눈에 보면 빈틈없는 그림의 일부가 된다는 것, 그래서 그림이든 인생이든 멀리서 봐야 돼요. 저자의 수채화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물기를 머금고 스며드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소중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림과 글로 남기는 즐거움을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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