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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평점 :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예술인 것 같아요.
우리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이며,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 나왔어요.
《예술의 역사》는 영국의 미술평론가이자 작가인 샬럿 멀린스의 책이에요.
저자는 오늘날 예술로 간주되는 전 세계의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시대적 흐름 속에서 되짚어보고 있어요. 이 책은 인간의 최초 흔적이 남겨진 10만 년 전 남아프리카 블롬보스 동굴에서 물감이 든 소라 껍데기로 시작하여 21세기 현대 미술까지 예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동안 간과되었거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들을 재조명하고 있어요. 늘 그렇듯이 거의 모든 영역의 역사를 살펴보면 서구 중심의 시각이 주를 이뤄왔어요. 저자는 예술의 역사가 유럽의 바깥에도 존재했으며,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포괄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중동과 아시아를 넘나들며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어요. 최초의 그림과 조각이 어떻게 처음 경험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시간을 거슬러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신기하고 놀라워요. 유물과 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그 시대의 모습과 문화인데,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어요. 기원전 3300년 경 메소포타미아 우르크 화병은 높이가 1미터가 넘고 설화석고에 새겨졌으며 인물로 덮여 있어요. 화병의 표면은 네 개의 프리즈로 나뉘었는데 부조 조각이 가로 방향의 띠로 화병을 층층히 감싸고 있어서 통치자는 이것을 아래에서 위로 읽었다고 하네요. 우루크 화병은 서사 예술로서 세상에 알려진 가장 초기의 사례 중 하나이며, 문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요. 신과 통치자의 위대한 이야기를 조각하여 남겼다는 사실은 예술과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서양 미술의 토대가 된 그리스 미술이 그리스 본토를 넘어 헬레니즘으로 영향을 끼쳤고 이집트에서 인도에 이르는 페르시아로 확산되고 전 세계로 퍼져가는 과정이 흥미로워요. 종교가 예술을 발전시키고 빠르게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침략과 전쟁으로 무참히 파괴되기도 했어요. 특히 유럽 국가의 침략으로 남미 대륙의 아즈텍, 잉카 제국의 문명이 파괴된 것은 인류 비극이네요. 이방인을 수용한 쪽과 원주민을 학살한 쪽, 어디가 야만인들인지는 확실하네요. 서양 미술, 회화 양식의 변천사를 보면 예술이 지닌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어요. 무엇을 위한 예술인가, 우리에게 진정한 예술은 모두를 위한 예술이어야 한다는 점을 환기시켜 주네요. 아름답고도 잔인한 인류 역사 속 예술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