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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관의 살인
다카노 유시 지음, 송현정 옮김 / 허밍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요즘은 다양한 형태로 추리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된 것 같아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방탈출 게임을 할 수도 있고, 이와 유사한 콘텐츠의 방송 프로그램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원조격인 '책'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작가의 상상력을 고스란히 내 머릿속으로 그려낼 수 있어서 좋아요.
《기암관의 살인》는 다카노 유시 작가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시작부터 많은 단서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리 만만한 내용은 아니에요. '사토'라는 청년의 등장이 살짝 '오징어게임'을 떠올리게 되는데, 순전히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혹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 채 카리브해를 항해하는 소형 크루즈 선에 올라타게 됐거든요. 경제적 이유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프리터로 지내오던 사토는 일용직으로 일하며 친해진 도쿠나가에게 1만 엔을 빌렸는데 갑자기 도쿠나가가 사라진 거예요. 사적으로 연결된 사람이 없어서 도쿠나가의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고, 남아있는 단서라고는 도쿠나가가 사라지기 전에 말했던 짭짤한 아르바이트였어요. 지정된 장소에서 며칠 지내기만 하면 큰돈을 준다는 그 아르바이트, 사토는 도쿠나가를 만날 수 있을까라는 기대도 있었던 거예요. 크루즈 선이 도착한 외딴섬에 있는 기암관이라는 저택이 있는데, 사토가 할 일은 '여행자 사토'라는 역할로 추리 게임에 참여하는 거예요. 고수익 아르바이트의 정체는 부자들의 탐정 유희에 동원된 조연배우였던 거죠. 근데 소름돋는 포인트는 추리 게임 안에서 실제 살인이 벌어진다는 거예요. 방탈출 게임의 수준이 아니라 무법지대라고 할 수 있는 외딴섬에서 미스터리 작가가 정교하게 기획한 시나리오대로 살해 방법, 트릭, 수수께끼, 추리의 힌트, 무대 설정, 등장인물까지 완벽하게 셋팅된 추리 게임을 진행하는 거예요. 사토는 출항 직전에 스태프에게 자신의 역할과 주의사항 세 가지를 들었어요. 아르바이트로 참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로 하고, 머무르는 동안에 되도록 주위 사람들과 교류하지 말고 누가 말을 걸더라도 짧게 대답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끝까지 맡은 역할에 충실하라는 건데, 상황은 점점 추리 게임의 시나리오와 다르게 흘러가네요. 모든 것이 연출된 세트장이지만 유일한 변수를 간과했던 거죠. 그 변수로 인해 꼬여버린 추리 게임에서 놀라운 반전은 바로... 역시나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