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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의 저주
김정금 지음 / 델피노 / 2024년 8월
평점 :
추석을 앞둔 시점인데 다시 한여름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왜 이토록 더운 걸까요. 전문가들은 바닷물 온도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서태평양 해역에 고수온이 형성되어 그곳에서 유입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기 때문에 이례적인 무더위는 계속 될 거라는 전망이에요. 세계기상기구는 향후 5년 간 전지구 지표 근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절반에 가까운 확률로 높아질 거라고 예측했어요. 전지구적 온난화 추세가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네요.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마냥 나날이 뜨거워지는 지구,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 미래를 다룬 소설이 나왔어요.
《붉은 태양의 저주》는 김정금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은 지구 평균 기온 5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서울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주인공 박기범은 AI 개발자이며 최근 뇌에 AI 칩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고 한 달만에 의식이 돌아왔어요. 좀비를 막기 위해 봉쇄된 고급 아파트 안에 머물던 기범은 아내 영희의 연락을 받고 캘리포니아로 떠날 계획을 하는데, 돌발 상황으로 인해 여행은 생존 탈출이 되면서 동행자들이 늘어가는데...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멀리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원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지만 동행자들 덕분에 기범도 의외의 도움을 받게 되네요. 아파트 밖 세상은 좀비들이 들끓고 있어요. 기범이 처한 상황과 국가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좀 놀랐어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 모인 대통령과 장관들, 그들의 대화를 보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네요. 국가적 대응이 겨우 이 정도라니, 좀비가 문제인지 좀비 같은 정부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대단히 먼 미래는 아니지만 2056년이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를 거라고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라서 놀랐어요. 극단적인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보다 더 심각한 재앙, 그게 뭔지는 다들 짐작할 텐데, 결국 나쁜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네요. 지옥으로 변해버린 세상, 어떻게 이 지옥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기범과 동행자들의 치열한 생존기가 펼쳐지네요. 어쩐지 묘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라서 섬뜩하면서도 씁쓸했네요. 근데 마지막 장면, 설마 여기서 끝은 아니겠지요. 진짜 결말이 이것이라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