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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티와 나 : 설화도 편
김영리 지음 / 푸른들녘 / 2024년 8월
평점 :
"걱정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었다.
누군가 나서야 한다면, 무조건 자신이어야 한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더 늦기 전에 행동하기로 했다."
(31p)
《예티와 나》는 김영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책 표지가 상당히 귀엽고 깜찍해서 뭔가 유쾌한 이야기가 아닐까라는 기대를 했는데 썩 유쾌하진 않지만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미지의 섬 설화도는 아주 요상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담장으로 분리된 궁과 마을, 확실한 경계로 나뉘어져 있어요. 설화도의 절대 군주인 천군은 궁 안에서 그의 병사들과 지내고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천궁 근처는 얼씬도 하지 못한 채 고된 노동을 하며 살고 있어요. 특이한 점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으면 아프다는 거예요.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나가는데, 치료할 방법이 없어요. 섬의 유일한 의원이던 노인이 죽고난 뒤 제자였던 이연이 침을 놓아주고 있으나 목숨을 구하기엔 역부족이에요. 천궁 깊은 곳 천군의 약방에 귀한 약재가 있다는 소문이 전설처럼 퍼져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약을 구하려고 천궁을 습격했다가 병사들에게 모조리 잡혀 죽은 뒤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어요. 그러나 이연은 우리가 살길은 천군의 약방을 터는 것이라며 몰래 침입했다가 들켜서 소도로 쫓겨났어요. 무시무시한 설괴가 살고 있다는 소도로 유배간 이연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석연치 않은 상황들이 영 불편했는데 역시 엄청난 것들을 감추기 위한 장치였네요. 무엇보다도 누누이의 존재는 신스틸러, 이연과 누누이의 대화를 보다가 마음이 짠해졌어요.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따스한 마음은 그대로인 소녀와 겉모습은 무시무시하지만 속내는 착한 괴물의 우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마음을 나누면 친구, 아픔을 나누는 건 가족?
"그러지마!"
"먹으면 아파. 아프면 죽어."
"나만 아파? 너는? 너도 나랑 똑같잖아!"
(85p)
약간의 감동, 이 부분이 극적인 장면이 될 수 있었던 건 천군과 병사들의 악랄함과 확연하게 대비되는 순수함 때문이에요. 눈이 독이 되는 요상한 나라에서 눈처럼 하얀 설괴, 예티의 정체가 이토록 반전일 줄이야...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무엇 때문인지 차차 밝혀지면서 설화도의 비밀은 풀렸지만 여기가 끝은 아니었네요. 책 제목은 《예티와 나》, 그 옆에 '설화도 편'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이유는 2편에 해당하는 '코아 편'이 남아 있기 때문이에요. 누누이와 이연 그리고 파랑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 중이거든요. 아무도 섬을 벗어난 적이 없어 설화도가 유일한 세상인 줄 알았는데, '코아'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네요. 이상한 섬, 설화도에서 기억을 잃어버린 채 버려진 소녀 심이연의 모험기, 그 본격적인 이야기는 '코아 편'에서 확인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