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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
다나카 미유키.유키 치요코 지음, 오쓰카 아야카 그림, 이효진 옮김, 김범준 감수 / 오아시스 / 2024년 7월
평점 :
《가위는 왜 가위처럼 생겼을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리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에요.
제목을 보면서 정말 궁금했어요. 나의 인생에서 이런 호기심이 넘쳐났던 때가 언제였던가 말이죠.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궁금한 것들이 생긴다는 말이 있잖아요. 재미있는 건 이 책의 저자들은 물리가 일이자 취미라서 일상생활 속에서 늘 물리의 법칙을 떠올린다는 거예요. 학문으로서의 물리를 딱딱하고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도구 25개에 숨어 있는 물리 법칙을 소개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책에서 다룬 도구들은 숟가락, 젓가락, 포크, 가위 등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들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물건들인데 물리학, 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니 완전 새롭게 보이네요. 각각의 목적에 따라 '흘려보내는 도구', 꽂는 도구', '분리하는 도구', '유지하는 도구', '옮기는 도구'로 나누어 도구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을 설명해주니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가장 처음 소개된 숟가락은 언제부터 이런 형태가 되었을까요. 전혀 생각 못했던 질문이 나오고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오히려 그 내용을 읽으면서 흥미가 생겼네요. 둥근 모양과 각진 모양 중 무엇이 더 먹기 편할까요. 왜 각진 숟가락으로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안 되는 걸까요. 책 속에 그림을 보면 숟가락의 오목한 부분을 바로 위에서 자른 단면은 평평한 반원형이고, 네모난 숟가락의 단면은 역삼각형으로 국물을 뜬 부분을 빨갛게 표시하고 있어요. 그림만 봐도 빨간 부분의 크기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이 차이가 입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액체의 속도에 영향을 주는 거예요. 강물의 흐름을 떠올려 보면, 상류는 단면이 역삼각형으로 유속이 빠르고, 하류는 단면이 평평한 반원형에 가까워서 물의 속도가 느려지는데 숟가락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거예요. 여기에 하나 더, 흐르는 물에는 점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네요. 물의 점도는 온도가 높을수록 낮아져서 20℃ 물의 점도가 1이라면 100℃ 에서는 0.3 이라고 해요. 나이들수록 음식물을 삼키기가 힘들어지는 노인들은 약을 먹을 때도 냉수가 아니라 미지근한 물을 마시는 것이 좋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래요. 평소에 알약을 먹을 때 잘 녹으라고 뜨근한 물을 마셨는데 점도의 문제였네요. 과학의 원리를 알면 일상이 보다 편해진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우게 됐네요. 도구에 관한 설명 중에서 "'흐르는 강물은 그치는 일이 없고 같은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본의 3대 고전 수필 중 하나인 호조키의 한 구절_옮긴이)라는 시처럼 세상은 항상 변화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함께 형태가 있는 물건은 망가지고 화려한 것은 색이 바래며 따뜻한 것은 온기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선조들은 그런 자연의 섭리에 호기롭게 도전해 왔습니다. '유지하는 도구'는 그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지하는 도구에는 이렇게 배려하는 마음, 즉 사랑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205p) 라는 부분을 읽고 차가운 줄만 알았던 과학자들의 따스한 감성에 반했네요. 물리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세계로 안내하는 책 덕분에 과학의 매력을 발견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