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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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장편소설이에요.

먼저 "2023년 미국 평단의 찬사를 받은 베스트셀러"라는 문구가 결코 과장되지 않았음을 말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했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네요.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은 어떤 민족의 이민자건 간에 일단 미국으로 들어왔으면 거대한 미국이라는 한 솥에 넣고 녹여 미국인이 되게 하는 정책을 써왔지만 제대로 융합된 것 같지는 않아요. 사실 이 소설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첫 장을 읽을 때는 살인 미스터리 장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휘리릭 1936년 과거 시점으로 돌아가 치킨힐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어요.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에는 흑인, 유대인 그리고 백인 이민자들이 살고 있어요. 극장을 운영하는 모셰가 성경에 나오는 모세에 관한 꿈을 꾸는 장면이 살짝 진부한 느낌을 줬지만 다 읽고 나니, 모셰의 인생을 설명하기엔 가장 적절한 묘사였어요. 모셰와 그의 아내 초나, 모셰를 곁에서 돕는 네이트와 그의 아내 애디, 패티와 그의 여동생 버니스, 러스티, 빅솝, 페이퍼, 미기, 스눅스, 모세의 사촌 형 이삭, 플리츠카, 닥, 말라기, 구두 장인 노만과 그의 아들 쌍둥이 형제 ... 그리고 도도와 몽키팬츠까지 모든 인물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엮여져 있어요. 인종적 편견과 차별이라는 주제를 너무 무겁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잘 균형을 잡았다는 점에서 놀라워요. 특히 초나라는 인물은 거의 성경 속 성녀 아니면 천사에 비유해도 될 만큼 훌륭해요. 초나가 운영하는 '하늘과 땅 식료품점'이 없는 치킨힐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흑인과 유대인, 백인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고, 왜 그랬는지, 그 모든 내막을 알고 나서 다시금 감탄했네요.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와 폴란드 출신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임스 맥브라이드 작가님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어요. 아참, 이 소설은 영화제작사 A24와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사에서 함께 영화 제작을 확정 발표했다고 하니 무척 기대가 되네요.


"■■와 □□이 이 도시를 마음대로 운영하고 있어.

경찰이며 수도국이며. 벌써 오래된, 뿌리 깊이 엮여 있는 관계라고.

그자들이 ■■의 사업체를 ○○무리가 파헤치도록 내버려둘 것 같아?

우선 우리에게 벌금을 부과할 테고, 만약 파게 둔다면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물려서 탈탈 털어갈 거라고."

(281p)


자, 빈 칸에 들어갈 단어를 각자 유추해볼까요.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로 완성된 문장이 뭘 말하고 있는지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1936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2024년 한국을 겹쳐봐도 전혀 이질감이 없네요. 그들의 대화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네요.


"오늘의 결론이 뭡니까?"

"요셔(정의)."

(401p)


"파란색 코트, 빨간색 코트, 누가 상관한답니까?"

"이건 그냥 빌어먹을 행진일 뿐이에요.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알고 보니 큰 차이였다. 운명을 바꿔놓을.

(4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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